슈틸리케호가 라오스전에서 내놓은 수비전략 초점은 '공격'이었다.
득점을 위한 수비였다. 김영권(25·광저우 헝다) 홍정호(24·아우크스부르크) 두 명의 센터백은 하프라인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왼쪽 윙백으로 나선 홍 철(25·수원) 뿐만 아니라 오른쪽 윙백으로 변신한 장현수(24·광저우 부리)도 상대 진영을 지속적으로 파고들면서 공격 기회를 창출했다. 전방 공격 뿐만 아니라 후방 지원까지 받은 슈틸리케호는 8골을 쏟아 부으면서 그간의 골 갈증을 시원하게 날려버렸다.
레바논전은 온도 차가 있다. '수비 안정'이라는 포백 본연의 역할이 강조되는 승부다. 안방의 레바논은 강했다. 한국은 2011년 레바논 원정에서 1대2로 패한데 이어, 2013년 맞대결에선 1대1 무승부에 그쳤다. 좋지 않은 그라운드 환경과 일방적인 응원 등 외적 요인 뿐만 아니라 선수비 후역습에 철저히 방점을 찍은 레바논의 전략에 고전을 거듭했다. 빠른 발을 앞세운 레바논의 역습의 위력은 2경기 3골로 그대로 증명됐다.
라오스전에서 슈틸리케호 수비라인은 본연의 임무인 수비에선 다소 불안감을 노출한 게 사실이다. 패스를 통해 공격 라인을 올리는 빌드업 과정이 차단된 후 수비 전환 과정에서 몇 차례 매끄럽지 않은 모습이 포착됐다. 대부분의 시간을 일방적인 흐름으로 끌고가면서 집중력이 자연스럽게 낮아진 결과물이다. 한국은 레바논전에서도 우세한 점유율 속에 승부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라오스전에서 드러난 포백라인의 엇박자가 또 드러나지 말란 법은 없다. 이런 흐름은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도 우려하는 부분이다.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높은 볼 점유율이다. 볼 점유율에만 신경쓰다보면 조직력이 흐트러지거나 이기적인 플레이가 나올 수도 있다."
슈틸리케호 포백라인의 역량은 레바논전에서도 충분히 기대감을 가질 만하다. 라오스전에 나선 선수들 외에도 곽태휘(34·알힐랄) 김기희(26·전북) 김진수(23·호펜하임) 임창우(23·울산) 등 역량발휘가 충분히 가능한 선수들이 포진해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라오스전에서 드러난 가능성에 기반해 보다 안정감을 취하는 방향으로 포백라인을 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8득점의 환희는 끝났다. 새로운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레바논 원정 2경기 연속 무승의 고리를 끊기 위한 첫 번째 해결과제는 바로 수비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