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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마찰관중, 추가제재 않기로, KBO대책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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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관중문화는 지속적으로 성숙되고 있다. 1990년대 야구장과 2010년대 야구장은 많이 달라졌다. 관중 문화의 변화 중 하나는 주심을 대하는 자세다. 십수년전에는 주심이 파울볼 등에 맞아 통증 때문에 주저앉으면 관중들은 오히려 환호하고 박수를 보냈다. 요즘 생각하면 야속한 장면이지만 당시 심판은 공공의 적이었다. 늘 홈팬 입장에선 아쉬움이 남는 판정만 깊이 각인되기 때문이다. 요즘은 볼에 맞은 주심이 괜찮다고 툴툴 털고 일어날 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KBO리그는 성인을 넘어 장년으로 향하고 있다.

그래도 개선점은 있다. 지난 22일 광주 한화-KIA전에서는 외야 관중이 이용규에게 욕설을 하고 오물을 투척했다. 해당관중은 경기장에서 쫓겨났다. 지난 25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KIA-SK전에서는 주심 바로 뒤의 관중이 욕설을 하다 퇴장당하기도 했다. 지속적인 욕설을 참다못한 주심이 경기를 중단시키고 심판진이 홈구단인 SK에 해당관중의 퇴장을 명령했다.

구단 내규와 관중 입장권 뒷면의 규약엔 '경기 및 타인에게 방해되는 행위를 할 경우 퇴장 조치 및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명기돼 있다. 이같은 일이 벌어져 인상을 찌푸리는 이는 해당 선수와 심판 뿐만 아니다.

팬들의 관람 문화가 성숙돼 이제는 이런 일탈행동에 동조하는 이들이 거의 없다. 심한 욕설을 하거나 오물을 투척하면 옆에 있는 관중부터 심기가 불편하다. 경기가 중단되면 수천, 수만명의 관중이 한꺼번에 속이 상하는 일이 벌어진다. 이를 저지하다 오히려 관중끼리 말다툼이나 몸싸움이 벌어지면 더 큰일이다.

유럽프로축구의 훌리건처럼 과격한 팬들에 대한 무관용 원칙이나 메이저리그의 엄격한 관중제재를 따르는 것은 무리지만 KBO리그도 적절한 제재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 문제가 되는 관중은 일정 기간 경기장 출입을 제한하는 것이 맞다.

KBO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한다. KBO 정금조 운영부장은 26일 "구단 내규에 나와있다. 커미셔너 사무국에서 인원을 파견해 지도하는 것은 무리다. 홈팀이 현장에 안전요원을 두고 혹시모를 불상사에 대비하고 있다. 순간적으로 벌어지는 일이라 특정인을 잡아내는 것이 어렵고, 의도적이지 않은 우발적인 경우에는 해당 관중이 정중히 사과하는 경우도 많아 매몰차게 징계를 가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홈 구단에선 홈 팬이어서 대처가 더 힘들다. 홈팀에 대한 지대한 애정때문에 벌어진 불상사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KIA 구단은 이용규와 마찰을 빚은 해당관중에 대해 당일 퇴장조치 외엔 따로 추가제재를 하지 않기로 했다. KIA 관계자는 "우발적으로 벌어진 일이라고 판단, 추가 제재를 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25일 문학구장 욕설 관중 역시 추가제재는 받지 않을 것을 보인다. SK 구단 관계자는 "경기장에 내려와서 경기를 방해한 것도 아니고, 현재로선 추가제재 대상은 아니라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관중들의 관람 편의성과 마케팅 차원에서 플레이 상황과 관중들의 거리를 지속적으로 좁혀지고 있다. 이 때문에 관중과 그라운드 구성원 사이에 마찰이 벌어질 가능성이 더 커지는 상황이다. 재발방지를 위해선 징계규정 확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