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가 진짜 걱정이야."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의 반응이 사뭇 흥미롭다. 일반적으로 긴 연패에 빠지면 조급한 마음에 예민해지는 게 당연하고, 그 연패를 탈출하면 무거운 짐을 일단 내려놓았다는 점에 안도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김 감독의 반응은 오히려 반대다. 7연패의 깊은 침체기에 빠져있을 때는 여유로운 미소를 보이며 "이런 시기도 있는 법"이라며 "허허" 웃더니, 긴 연패를 탈출하자 오히려 "진짜 걱정은 지금부터"라며 날을 세운다.
연패 기간 중 보인 여유의 이유에 대해서는 이미 김 감독 스스로 밝혔다. 7연패 중이던 지난 21일 대전 kt전을 앞두고 "이 시기쯤 되면 어떤 팀이든 힘들게 마련이다. 중심을 잡고 한 고비만 넘기면 다시 반전을 이뤄낼 수 있다. 이 시기를 넘겨야 한화는 진짜 강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리고 김 감독의 말대로 한화는 이날 kt를 8대3으로 격파하며 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모처럼 한화 투타 전력의 밸런스가 이상적으로 이뤄졌다. 이날 승리로 선수단의 분위기가 일시에 달라진 것이 금세 확인됐다. 조인성 김태균 정근우 등 이날 승리에 기여한 간판타자들은 한결같이 "경기에 이기면 피로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간 자꾸 경기가 안풀리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느끼는 피로감이나 좌절감이 컸다. 하지만 연패 탈출을 계기로 확실히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반등을 위한 '계기'는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이 시기에 김 감독은 걱정을 했다. 김 감독은 연패 탈출에 성공한 뒤에 오히려 "이제부터가 진짜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토록 기다렸던 '연패탈출'의 기쁨은 잠깐이었다. 한화는 아직 시즌을 끝낸 것이 아니다. 오히려 앞으로 더 큰 숙제를 해결해야 하고, 그걸 위한 과정에서 넘어야 할 고비가 산더미다. 당장은 5할 승률을 회복해야 하고, 6위로 떨어진 순위도 끌어올려야 한다. 그 목표 달성을 위해 주어진 것은 '33경기' 뿐이다. 그 안에 5위, 혹은 그 이상으로 다시 올라가는 게 김 감독의 목표다.
그러나 결코 만만한 목표가 아니다. 당장 5위 KIA와의 광주 주말 2연전에서 최소한 1승1패는 거둬야 한다. 2경기를 전부 따내면 더할나위 없이 좋은 결과지만, 반대로 2경기 모두 지면 '5위 탈환'전략에는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주말 KI전 이후에도 험난할 일정이 이어진다. 삼성-NC-두산 등 상위권 3팀과 차례로 2연전씩 6경기를 치른 뒤 다시 KIA와 만난다. 시즌 막판 최대의 고비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일정을 눈앞에 뒀기 때문에 김 감독은 연패 탈출의 기쁨을 오래 음미할 수 없던 것이다. 김 감독의 눈은 조금 더 먼 곳을 보고 있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김성근 감독'이기 때문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