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전 NC를 바라보는 시선은 반신반의였다. 지난해 창단 첫 가을 야구를 경험하는 등 빠르게 성장했지만, 올해는 외국인 선수를 한 명 더 보유하는 이점이 사라진 터였다. 그래서 후반기가 되면 한 번쯤 위기를 겪을 것이란 전망도 많았다. 선수단의 체력이 떨어지면서 상대와의 기 싸움에서 밀린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랬다. NC는 올스타 휴식기가 끝나고 7월26일부터 31일까지 5연패를 당했다. 당시 순위도 4위까지 추락했다. 올 시즌 처음 겪는 대위기였다.
하지만 어느새 분위기 반전을 꾀해 고공 행진을 하고 있다. 19일 현재 62승2무44패로 3위 두산(59승47패) 4위 넥센(58승1무50패)과의 승차를 벌리는데 성공했다. NC는 이달 들어 치른 16경기에서 13승3패의 엄청난 승률(0.813)을 올렸고 늘 발목을 잡던 선발진도 나름 안정을 찾았다. 무엇보다 선두 삼성(68승41패)의 최근 흐름이 워낙 좋아 두 팀의 간격이 줄어들지 않을 뿐, NC의 전력이 예상보다 탄탄하다는 인식이 확고해진지 오래다. 외국인 선수 1명이 빠져도, 여전히 강하다는 인식이 생긴 셈이다.
김경문 NC 감독은 이를 "핀치에 몰렸을 때 선수들이 똘똘 뭉친 결과"라고 분석했다. 18~19일 대전 한화전에 앞서 취재진을 만난 그는 "올 캠프에서 원종현이 대장암 진단을 받았을 때, 그래서 갑자기 필승계투조 투수가 빠졌을 때, 투수들이 오히려 '그래 한 번 해보자'며 원종현의 몫까지 메우기 위해 노력했다. 코칭스태프도 선수들과 함께 힘을 모았다"며 "임창민이나 김진성이 책임 의식을 갖고 덤벼 들었다. 우리가 여기까지 버티고 있는 힘은 그것이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또 "(원)종현이도 뒤에서 선수들을 응원하며 기를 주고 있을 것이다. 그 힘을 선수단 전체가 받고 있다"며 "위기는 팀을 어렵게도 하지만 뭉치게 하는 힘도 있다. 그것이 스포츠의 생리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베테랑 손민한에 대한 칭찬도 이어갔다. 지금은 불펜에서 공을 던지고 있지만 전반기까지 선발 역할을 잘 해주면서 팀이 버틸 수 있었다는 의미다. 김 감독은 "캠프에서 정말 열심히 했기 때문에 그런 공도 던질 수 있다. 선발로 8승이나 해줬다"면서 "선발로 나간 마지막 몇 경기에서 날씨 등의 문제로 운이 좋지 않아 부진했다. 다시 한번 선발로 쓸까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이번 한화와의 2연전 동안 "야구는 선수가 한다"는 자신의 지론을 확실히 펼쳤다. 감독이 작전을 걸어도 선수가 수행하지 못하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금메달의 신화, 베이징올림픽 얘기도 모처럼 꺼냈다. 명장면 중 하나도 남은 일본과의 예선전이다. 당시 대표팀을 지휘한 그는 2-2로 맞선 9회초 2사 1,2루에서 김현수를 대타로 기용했다. 상대 투수왼손 이와세 히토키를 맞아 왼손 타자를 내미는 작전이었다. 이후 김현수는 이와세에게 우전 적시타를 쳐내며 결승타점을 올렸다. 상식을 깬 김 감독의 선택도 찬사를 받았다.
김 감독은 이에 "김현수가 쳤기 때문에 그런 평가도 나왔다. 만약 (김)현수가 범타로 물러났다면 욕만 먹지 않았겠느냐"며 "그런 게 야구다. 선수가 해주면 감독도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그저 포커 페이스를 유지하려고 한다. 홍삼을 먹으면 얼굴이 붉어져 홍삼도 가급적 피하고 있다"며 "벤치에서 박수 쳐주고, 때론 선수들에게 적당한 긴장감을 불어 넣어줄 뿐이다. 핀치에 몰렸을 때 우리 선수들이 똘똘 뭉쳐 여기까지 버티면서 왔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김 감독은 그러면서 "선수들이 부상을 당하면 안 된다.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감독을 몇 년 하다 보니 이제는 그라운드의 돌만 봐도 줍게 된다. 경기 전 훈련도 유심히 지켜봐야만 한다"고 말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