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광주에서 열린 SK-KIA전은 시즌 향방을 가릴 중요 승부처였다. 전날까지 SK는 승차없는 공동 5위권인 KIA-한화에 1게임 차로 뒤져 있었다. 매경기가 중요한 시점이지만 5위싸움 경쟁팀과의 맞대결이라면 부연설명이 필요없다.
경기전 김용희 SK감독은 외국인타자 브라운의 3루 수비를 준비시켰다. 1루와 외야를 주로 보는 브라운인데 3루수 선발은 이번이 처음이다. 브라운이 3루수로 뛰게 되면 박재상을 라인업에 투입하는 등 타선에 더 힘을 줄 수 있다. 브라운에 거는 기대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브라운은 코칭스태프의 기대를 태만함으로 날려버렸다.
SK가 0-1로 뒤진 5회초 선두타자로 나온 6번 브라운은 볼카운트 1-2에서 4구째 체크스윙을 했다. 볼은 뒤로 빠졌고, 주심은 스윙을 선언했다.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 상태. 볼은 백스톱까지 굴러갔다. 타자는 뛰는 것이 당연하다. 브라운이 뛰었다면 1루에서 충분히 살수 있는 타이밍. 하지만 브라운은 체크스윙이 아니라며 심판에게 어필하는 모습을 보이며 타석에서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불만스런 표정으로 덕아웃으로 향했고, 가슴을 쓸어내린 KIA 포수 이홍구는 주심에게 아웃을 다시한번 확인했다.
기본을 망각한 플레이였다. 심판의 판정이 나오면 일단 따라야 한다. 플레이가 이어진다면 더 그렇다. 더욱이 TV중계화면을 확인해보니 브라운의 체크스윙은 배트 헤드가 홈플레이트를 지나갔다. 명백한 헛스윙이었다. 본인 생각에 헛스윙이 아니라고 판단돼도 볼이 뒤로 빠졌으면 1루로 뛰어 찬스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팀플레이의 기본이다.
올시즌 브라운은 실망스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럭저럭 괜찮은 개인성적 뒤에 숨겨진 부분을 보면 더 그렇다. 17일 현재 타율 0.265, 24홈런 60타점이다. 하지만 솔로홈런이 많았고, 승리에 기여하는 홈런은 적었다. 5번으로 주로 나온 이재원이 86타점으로 브라운보다 타점이 훨씬 많다. 4번을 치던 브라운은 점점 하위타선으로 내려오고 있다. 특히 브라운은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중에서 득점권 타율이 50위로 꼴찌다. 득점권 타율이 0.204에 불과하다. 득점권타율 1위 박석민(삼성)은 0.402다. 득점권타율 2위는 NC박민우로 0.388. 브라운의 방망이는 팀이 원할 때는 전혀 호응하지 못하나.
KIA 외국인타자 필은 득점권 타율이 0.361로 전체 6위다. 전날까지 타율 0.328에 17홈런 80타점이다. 홈런 수는 브라운보다 적지만 타점은 더 많다. SK관계자는 "브라운은 찬스에서 집중력을 발휘하는 능력이 아쉽다"라고 말한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