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택-김원중 활약, 롯데에 매우 중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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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확실한 방향성을 잡아라!'

롯데 자이언츠는 17일 목동에서 넥센 히어로즈에 5대9로 패했다. 프로팀이 경기에 지면 끝이다. 하지만 이날 경기만큼은 롯데에 의미가 있는 경기였다. 오승택과 김원중의 활약 때문이다.

오승택은 주전 2루수 정 훈을 대신해 선발 출전했다. 그리고 3안타를 쳤다. 평소 타석에서 욕심 많고, 급한 모습의 오승택이었지만 이날은 집중력이 좋았다. 단순히 3안타를 때려내서 중요한 게 아니다. 이날 이종운 감독이 왜 오승택을 주전으로 선택했는지가 중요하다. 이 감독은 주전 정 훈에 대해 "다른 선수들에게도 기회가 갈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자신이 주전이라고 안도하는 플레이를 했다가는 큰 코 다칠 수 있다는 얘기. 최근 정 훈의 공-수 플레이는 매우 실망스러운 모습이었다. 2010년 신고선수로 입단해 어떻게든 살아나가고 잡아보겠다는 근성있던 모습이 사라졌다.

정 훈 뿐 아니다. 롯데는 주전과 비주전 선수들의 실력차가 꽤 큰 팀 중 하나다. 주전 의존도가 높은 팀들의 공통적인 문제가 바로 경쟁 의식 부족이다. '나 안쓰면 누굴 쓰나'라고 선수들이 생각하는 순간 팀은 망가진다. 이 감독은 이 부부늘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주전급 야수 1명도 코치진을 향해 "선발 라인업에서 빼라"라는 이 감독의 불호령에 사죄를 하고 다시 경기에 나설 수 있는 기회를 얻기도 했다. 이 선수 역시 타석에서 팀이 아닌 개인만을 위한 스윙을 하다 이 감독의 눈밖에 날 뻔 했다. 이 감독은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팀 분위기를 해칠 수 있다고 판단되면 다른 선수에게 기회를 주는게 맞다"고 강조한다.

투수진 역시 마찬가지다. 넥센전 최고 수확은 김원중의 호투였다. 2이닝 2탈삼진 무실점. 경기 초반 맹타를 휘둘러 타격감이 살대로 산 넥센 강타자들을 상대로도 주눅들지 않고 자기 공을 던졌다. 박병호를 상대로도 몸쪽 승부를 과감히 하는게 인상적이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승부처 김원중을 더 빨리 투입했으면 경기 양상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투구였다.

물론, 더 힘든 상황에서 등판했다면 신인급 투수로서 흔들렸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유망주 투수가 항상 비슷한 상황에서만 공을 던진다면 발전을 할 수 없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성장해야 한다. 이 감독은 "김원중을 잘 키워보고 싶다"고 했다. 그렇다면 더 과감하게 기회를 줘야 한다. 안그래도 롯데 불펜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선수단 장악, 체질 개편. 이 감독이 더 확실하게 방향성을 잡아야 한다. 선수단에 더 확실한 메시지가 전달돼야 팀이 단단해질 수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