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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최진행, 그의 야구는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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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일생은 흔히 긴 여정으로 비유된다. 먼 길을 돌고돌아 종착지로 다가가는 외로운 여행이다. 걷다보면 평생의 동료나 반려를 만나기도 하고, 때로는 적도 만난다. 길 자체도 평탄하지만은 않다. 오르막과 내리막, 오솔길과 대로, 험한 자갈밭 돌길과 보드라운 흙길이 교차된다. 그러다 때로는 진흙구덩이에 발을 잘못 내딛어 낭패를 보거나 움푹 패인 도랑에 처박힐 때도 있다.

'금지약물 복용' 징계를 받고 47일 만에 1군 무대에 복귀한 한화 이글스 외야수 최진행이 꼭 그런 상황이다. 큰 고비없이 평탄하게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듯 했다가 진흙구덩이에 제대로 발을 헛디뎠다. 도핑테스트에서 금지약물인 '스타노조롤'이 검출돼 KBO의 30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다. 보통 사건이 아니다. 최진행의 커리어 최대의 잘못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진흙탕에 한번 빠졌다고 해서 그의 선수 인생이 끝난 건 결코 아니다. 만약 그 구덩이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오물을 스스로 계속 뒤집어 썼다면 거기서 끝이었겠지만, 최진행은 다시 한발 더 앞으로 내딛었다. 게다가 진흙탕에 빠졌다는 걸 미화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최진행이 1군에 처음 돌아온 날 한 것은 팬들을 향한 사과의 인사였다. 11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최진행은 "내 인생에 계속 부끄러운 일로 남아있을 것"이라며 금지약물 복용의 과오를 인정했다. 그러면서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 내가 잘못을 저질러 생긴 일이니까 조금이라도 만회할 수 있는 방법만 생각하겠다"고 했다. 제재 기간 동안 최진행이 많은 생각을 했고, 또 큰 용기를 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인터뷰를 하는 최진행의 눈시울은 붉어져 있었다.

최진행은 큰 용기를 내어 자신의 잘못을 담담히 인정했다. 그리고 앞으로 평생 성실히 그 과오를 만회하겠다고 약속했다. 물론 이 한 번의 사과로 팬들이 받았던 실망감을 다 씻을 순 없다. 그러나 최진행의 사과에 담긴 진정성은 인정해줘야 한다. 한 번 잘못을 했다는 이유로 무조건인 야유와 비난을 퍼붓는 것은 성숙한 팬의 자세와는 거리가 멀다. 차라리 냉철하게 최진행이 자신의 한 약속을 지켜내는 지를 지켜보는 게 바람직하다.

사실 최진행은 지금까지 우직하고 순박하게 야구를 해왔던 선수다. 군복무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1군 무대에 복귀했던 2009시즌에 처음 만난 이래 최진행은 늘 한결같았다. '화려함'이나 '꼼수'와는 거리가 멀었다. 촌스러워보일 정도로 순박하게 야구만 파고들었다. 6년 내내 군인처럼 짧은 '스포츠형 머리스타일'을 고집해왔고, 유행처럼 번진 '타투'도 하지 않았다. '스타플레이어'라기보다는 그냥 우직한 운동선수였다.

그래서 그가 금지약물을 "모르고" 복용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더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프로선수의 위치에서는 무지 또한 죄'라는 논리였다. 믿음이 컸고, 그만큼 실망도 컸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어설프게 감싸기보다 더 강하게 비판하는 것이 최진행에게 '몸에 좋은 쓴 약'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자의 비판이 '쓴 약'이 됐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적어도 최진행이 '금지약물 파문'을 계기로 야구에 대한 소중함과 자신의 잘못에 대한 반성, 그리고 팬에 대한 의무 등에 관해 더 깊은 성찰을 하게된 것만은 확실하다. 그의 진정성 어린 사과와 다짐에서 알 수 있었다. 이제 중요한 건 최진행이 과연 어떤 야구로 새로운 커리어를 만들어나가느냐다.

최진행은 큰 짐을 스스로 짊어졌다. 팬들의 비난조차 다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그 무게감을 짊어진 채 다시 자신만의 야구를 펼쳐 팬에게 보답하겠다고 약속했다. 그가 힘과 용기를 잃지 않고 뚜벅뚜벅 걸어가길 기원한다. 진흙탕에 빠졌다고 해서 인생의 여정이 끝난 건 아니다. 흙을 털고 다시 마른 길을 찾아 걸어가면 된다. 최진행의 야구 인생은 앞으로 더 많이 남아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