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와 주루엔 슬럼프가 없다고 했다. 기복이 심한 타격은 야구에서 변수, 견고한 수비는 상수다. 어느 리그를 봐도 강 팀일수록 내,외야에 빈 틈이 없다. 사상 첫 통합 우승 4연패에 빛나는 삼성을 논하며 수비력을 최대 강점으로 꼽는 야구인이 적지 않다.
박해민(25·삼성)은 그런 1위 팀의 주전 중견수다. 팀이 치른 100경기에 모두 출전했고, 실책은 단 1개뿐이다. 조범현 kt 감독은 일전에 "올 시즌 중견수 가운데 박해민이 가장 눈에 띈다"는 말을 한 적 있는데 "삼성이 박해민 덕분에 이긴 경기가 3~4게임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중일 삼성 감독도 "펜스, 콜 플레이 등이 좋다. 수비만 보면 리그에서 손꼽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박해민은 실제로 올 시즌 여러 차례 호수비를 선보였다. 수비에 대한 객관적인 지표가 없을 뿐이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그는 빠른 발을 바탕으로 타구 판단이 빠르다. 수비 범위가 넓으며 센스까지 뛰어나다. 류 감독은 유일하게 어깨를 지적하고 있는데, 어깨까지 강했으면 NO.1 중견수일 테다.
박해민은 10일 대구 넥센전에 앞서 "작년보다 수비가 엄청 늘었다"고 자평했다. 프로 입단 후 처음으로 스프링캠프에 합류하며 김평호 코치에게 많이 배웠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 발로만 하는 수비였다면 지금은 몇 가지 응용을 해 수비를 한다. 정말 이것저것 배우고 느낀 게 많았다"고 말했다.
포구를 위해, 박해민이 말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첫 스타트다. 도루할 때와 똑같다. 그는 "타자가 때리는 순간 어떤 소리가 났는지, 타자가 풀스윙을 해서 타구가 뻗을 것인지, 혹은 타격폼이 무너지면서 친 것은 아닌지 등을 보고 '이 정도까지 날아오겠구나'라는 판단을 한다. 첫 발을 떼고 두 세 걸음 안에 잡을 수 있는지 없는지가 결정되는 것 같다"며 "흔히 말하는 호수비는 결국 세 걸음 안에서 판가름 난다. 윤성환 선배처럼 제구가 좋은 투수가 던질 때는 포수가 앉아 있는 위치를 보며 스타트를 끊는 편"이라고 말했다.
수비할 때 주의점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흔히 수비 코치가 모든 외야수들에게 강조하는, 머리 위로 타구가 날아오게 하지 말라는 것이다. 더군다나 중견수는 뒷 공간이 커 공을 놓칠 경우 참사가 발생한다. 좌,우익수가 백업을 들어오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박해민은 이런 부분을 김평코 코치에게 배웠다고 했다.
그는 "예전에는 타구를 보며 뛰어갔다. 하지만 올 캠프에서는 공이 아닌 펜스를 보고 미리 뛰어간 뒤 포구하라고 배웠다"며 "아무래도 공을 보고 뛰면 빨리 달릴 수 없다. 반면 펜스를 보고 뛰면 몸에 탄력이 붙고 펜스 충돌에 대한 두려움도 사라진다"고 말했다. 이어 "반복된 훈련을 한 탓에 이제는 공을 안 봐도 어느 정도 낙구 지점을 포착할 수 있게 됐다. 통상 우타자가 친 타구는 우익수 쪽으로 휘곤 하는데 이런 공에 대한 훈련도 많이 했다"면서 "그렇다고 잡을 수 없는 공에 대한 욕심을 무작정 부리진 않는다. 내가 빠뜨리면 무조건 장타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박해민은 그러면서 첫 스타트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소리'에 대해 "스위트 스팟에 맞는 소리, 깎여 맞는 소리, 빗맞는 소리, 먹히는 타구의 소리, 방망이 끝에 맞는 소리 등 5개 정도로 나눠 구분한다"고 밝히며 "공이 머리 위로 날아오게 해서는 안 된다. 내가 그렇게 움직여야 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수비에 대한 자신감이 생긴 만큼, 이제는 타격에 대한 욕심도 좀 낼 법 하다. 삼성 주전 야수들이 대부분 3할 이상의 타율을 찍고 있는 탓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는 "박한이 선배님이 부상에서 복귀하면 주전 경쟁을 해야 한다. 거기서 살아남는 것이 우선이다"고 현실을 직시했다. 그러면서 "기회가 계획 주어진다면 전 경기 출장과 3할 타율에 도전해 보겠다. 도루왕도 솔직히 해보고 싶긴 하다"면서 "일단은 매 경기 잘하는 게 중요하다"고 웃었다.
대구=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