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모습을 또 만들어야겠지."
마르지 않는 샘물은 애당초 나오기 어렵다. 쓰다보면 양이 줄고, 그러다가 언젠가는 말라버리기 십상이다. 이런 명제를 한화 이글스의 불펜 필승조에 적용할 수도 있을 듯 하다. 아직 완전히 '마른 샘물'까지는 아니지만, 막강했던 전반기에 비해 확실히 구위가 떨어졌다는 점만은 부정할 수 엇다.
이는 기록으로 극명하게 나타난다. 한화의 시즌 초반 돌풍, 그리고 전반기 5위 마감 등의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뤘던 원동력은 바로 불펜에서 나왔다. 그런데 그 불펜이 최근 흔들리고 있다. 6월까지 한화 불펜의 평균자책점은 4.13으로 KBO리그 전체에서 3위 였다. 박정진, 권 혁(이상 좌완) 윤규진 송창식(이상 우완)으로 대표되는 '한화 불펜 4인방'이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다. 성과는 그런 전력 투구를 배신하지 않았다. 다들 기대 이상의 호투를 한 덕분에 '김성근 감독의 새로운 작품'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그러나 이들도 사람이다. 자주 나와 많이 던지니까 힘이 떨어진다. 최근 이들의 성적은 확연히 떨어졌다. 윤규진 정도가 7월에 8경기를 소화하며 1승과 1홀드 1세이브의 성과를 냈다. 평균자책점도 3.12로 좋았다. 하지만 이는 이전까지에 비하면 많이 약해진 모습이 맞다. 윤규진은 6월까지 평균자책점 2.23으로 훨훨 날았다.
다른 투수들은 더 심하다. 우선 권 혁. 6월까지 권 혁의 평균자책점은 3점대(3.62)였다. 매달 평균차잭점이 3점대 이상으로 나빠진 적은 없었다. 그런데 7월의 평균자책점은 무려 7.31이나 된다. 높아도 너무 높다. 이러면 필승조라는 명칭을 갖다 붙이기 어렵다.
박정진과 송창식도 크게 다를 바 없다. 박정진의 7월 평균자책점은 4.15다. 송창식은 무려 7.62나 된다. 시점을 뒤로 돌려보자. 6월까지 계산해보니 박정진은 평균자책점은 겨우 2.64다. 송창식도 5.01로 7월보다는 월등히 나았다.
그런데 애당초 이런 모습은 사실 예상치 못했던 바도 아니다. 나이가 적지 않은 선수들이 김감독의 특별 훈련을 소화하면서 동시에 많은 경기에 나서는 건 어떨 때는 위태하게 보인 적도 있다. 중요한 점은 김 감독 역시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는 점. 그래도 이들을 집중 기용한 데 관해 김 감독은 "우리 팀의 사정은 다른 팀과는 다르다. 그게 최선이었다"고 항변한다. 그리고 항변에만 그치지 않고 새로운 대안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의 새로운 대안은 결국 '뉴페이스 발굴'에 있다. 이미 김민우가 새로운 선발감으로 자리를 꿰찼고, 이어 김범수와 박한길이 1군 경기에 실제로 나와 가능성을 보였다. 김 감독은 "정말 재미있는 아이들이 아닌가 한다. 김범수의 경우에는 26일 대전 삼성전에서 던지는 걸보고 완전히 반해버렸다. 박한길도 기대만큼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 더해 조영우도 이제 곧 나올 것이다. 그 또한 재미있는 공을 던진다"고 예고했다.
결국 새로운 얼굴들이 침체된 한화 불펜에 수혈돼 새로운 추진력으로 작용하는 것이 김 감독의 후반기 플랜이다. 김 감독은 "분명 새로운 모습이 또 나올 것이다. 어차피 계속 만들어나가야 하는 팀이지 않나. 지금 상태로 놔두진 않을 것"이라며 한화의 대반전을 약속했다. 과연 젊은 투수들이 지친 불펜을 되살릴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