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흥행 보증' 감독 최동훈이 신작을 들고 돌아왔다. 이번 작품 '암살'도 출연진부터 화려하다. 하정우 이정재 전지현에 조진웅까지 톱배우들이 포진해 1930년대 독립군이 활발하게 일어나던 시절을 고스란히 그려냈다.
충무로에 그처럼 실패를 모르는 감독도 드물다. 그는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210만)부터 '타짜'(680만) '전우치'(610만) '도둑들' (1290만)까지 모조리 흥행시키며 한국 대표 흥행 감독이 됐다. 사실 거장으로 불리는 감독들도 흥행 실패는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최 감독의 사전에 '흥행실패'란 단어는 없다. 이번 '암살'도 개봉전부터 이미 45.3%로 압도적인 예매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늘 새로운 것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하거든요. '범죄의 재구성' 때는 다들 '이런 건 안본다'면서 '50만을 넘기면 다행'이라고 했어요. 그래서 흥행할 줄 몰랐죠. '타짜'도 당시에는 그런 영화를 만드는게 무모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전우치' 때는 급기야 '미쳤구나'라는 말까지 들었죠.(웃음) '도둑들' 때도 이렇게 출연진이 많은 강탈 영화가 우리나라엔 없었다고 했고요. 전 항상 전에 없던 영화들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암살'도 레지스탕스 영화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만들게 됐죠. 전쟁 영화가 아닌 레지스탕스 영화요. 저도 항상 고민해요. 오늘 써놓고 내일이면 또 의심하고 고치고 그러면서 작품을 만들죠."
'암살'은 1933년 상하이와 경성을 배경으로 친일파 암살작전을 둘러싼 독립군들과 임시정부대원, 그들을 쫓는 청부살인업자까지 이들의 엇갈린 선택과 예측할 수 없는 운명을 그린 작품이다. 최 감독은 우선 독립군 저격수를 여성 캐릭터로 만들어놓은 것에 대해 털어놨다. "사실 여성 저격수 그리고 여성 독립군 대장 역을 생각하기 쉽진 않죠. 1933년은 약산 김원봉 선생이 조선의용대를 조직해 독립운동을 할 때거든요. 그 때 폐허가 된 도시에 '일본군 중 조선인은 일본 상관을 살해하고 조선 의용대에 들어오라'라는 글이 쓰여져 있는 사진이 남아 있어요. 그 글씨가 여성이 쓴 느낌이더라고요. 우리가 흔희 독립운동 하면 남성 위주로 생각하게 되는데 여성이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과격한 남성의 액션이 아니라 무거운 총을 들고 힘들게 뛰어다니는 여성 독립군이 제가 그린 첫번째 느낌이었죠."
그렇게 여성 독립군 대장 안옥윤이 탄생했다. 그리고 그 안옥윤 역을 전지현이 맡았다. "전지현 씨는 액션을 잘해요. 이미 '도둑들'을 하면서 확인을 해서 망설임 없이 맡겼죠. 보통 사람들은 그가 코미디 연기를 하는 모습을 기억하는데 어둡고 내색하지 않는 정극 연기도 잘 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염석진 역을 맡은 이정재 씨는 표현력이 훌륭하고 정말 내면의 열정이 강한 배우예요. '도둑들'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도 악역이라 좀 미안하더라고요.(웃음). 감독은 배우에게 편협하고 이상한 자기 취향 판타지가 있어요. 이 배우에게 이런 모습을 보고 싶다 하는 것 말이죠. 이정재가 하는 염석진이 딱 그런 캐릭터죠. 하정우 씨는 예전부터 '저 친구하고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같이 있으면 즐겁고 편안한 배우거든요. 하정우 씨가 맡은 하와이피스톨은 떠돌이 캐릭터잖아요. 이질적인 존재인데 나중에 하나로 합쳐지는 느낌을 잘 그려준 것 같아요."
'암살'은 캐릭터 뿐만 아니라 1930년대 경성과 상하이를 화려하고 웅장한 스케일로 재현해낸 풍성한 볼거리도 강점이다. 특히 사건의 주요 무대인 주유소와 미츠코시 백화점은 완벽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당시 대부분의 교통수단은 인력거였지만 정말 고위층은 자동차를 타고 다녔거든요. 주유소, 당시 말로 가솔린 가게가 열렸을 때는 사람들이 벌떼처럼 몰려와 구경을 했다는 기록이 있어요. 시나리오를 쓰면서 그 장소를 택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런데 사진이 많이 남아있지 않아서 당시 미국 사진들, 경성 기와집 사진들을 통해서 만들어냈어요. '올드보이' '살인의 추억'을 했던 미술팀인데 제가 삼고초려해서 같이 하게 됐죠. 그 주유기는 실제로 펌프질을 하면 기름이 나와요.(웃음)"
미츠코시 백화점은 화련한 느낌을 위해 약간의 상상을 더했다. "당시 고위층의 결혼식이니까 백화점 연회장을 연상했죠. 당시 백화점은 모더니티의 상징이었잖아요. 그런 부분을 더 관객들에게 어필하고 싶었던 거죠."
영화 속에는 안옥윤 속사포(조진웅) 황덕삼(최덕문)이 거사 전 태극기 앞에서 사진을 찍는 신이 등장해 관객들을 뭉클하게 만든다. "그 신을 제일 먼저 촬영했어요. 촬영을 하는 데 뭉클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김치' 대신 '대한독립만세'를 하는데 그 느낌이 이 영화를 만드는데 큰 힘이 된 것 같아요."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