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가 연장 혈투끝에 4연패를 탈출했다. 대타 김주현의 2점 홈런이 승리의 징표였다.
롯데는 15일 청주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원정경기에서 10-10으로 맞선 연장 10회초 1사 2루에서 대타로 나온 김주현이 한화 마무리 권 혁을 상대로 중월 2점포를 쏘아올린 끝에 12대10으로 이겼다. 이 승리로 롯데는 최근 4연패의 수렁에서 벗어났다. 한화 이글스는 또 다시 4연승 문턱에서 고배를 들었다.
경기 초반 분위기는 한화쪽으로 쏠렸다. 롯데 외국인 선발 린드블럼이 0-1로 뒤진 1회말 2사에서 한화 4번 김태균이 친 타구에 공을 던지는 오른손을 강타당한 것. 원바운드 된 타구를 뒤로 돌며 피하려다가 중지와 약지 부위에 맞았다. 결국 린드블럼은 ⅔이닝 만에 강판됐다. 롯데의 큰 악재였다. 급히 박세웅을 투입했지만, 1점을 더 내줘 0-2로 끌려갔다.
하지만 롯데는 홈런 3방을 터트린 타격을 앞세워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0-2로 뒤진 3회초 1사 2, 3루에서 김문호가 한화 선발 배영수를 상대로 2타점짜리 동점 적시타를 터트렸다. 한화가 곧바로 3회말 무사 2, 3루에서 김태균의 내야 땅볼로 3-2로 앞서나갔는데, 롯데 역시 4회초 최준석의 좌중간 적시 2루타로 다시 동점을 만들었다.
계속 치고박는 타격전이 이어졌다. 3-3이 된 한화는 4회말 이용규의 2점홈런으로 5-3을 만들었지만, 롯데가 5회초 최준석의 스리런 홈런 등으로 대거 4점을 뽑는 바람에 다시 5-7로 재역전을 허용했다. 이후 롯데의 질주가 이어졌다. 롯데는 7회초 아두치의 솔로홈런 등으로 3점을 추가해 10-5로 달아났다.
그러자 한화는 7회말 장운호의 적시타와 김태균의 내야 땅볼로 2점을 따라붙었다. 이어 9회말에 볼넷 3개와 안타 2개, 희생플라이 1개로 3점을 뽑아 10-10을 만들며 승부를 연장전으로 몰고갔다.
이미 두 팀이 갖고 있는 자원을 모조리 쏟아부은 상황. 9회까지 7명의 투수를 쓴 한화는 마무리 투수 권 혁을 올렸는데, 공을 받아줄 포수가 없었다. 선발 포수 조인성이 6회에 허도환으로 교체됐고, 허도환도 9회말 대타 송주호로 바뀐 상황. 결국 내야수 주현상이 포수 마스크를 썼다. 주현상의 시즌 2번째 포수 변신이다.
그러나 아무래도 전문 포수가 아니다보니 투수 리드에 약점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롯데는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선두타자 정 훈이 초구에 중전안타를 쳤고, 안중열이 희생번트로 1사 2루를 만들었다. 9번 문규현 타석이 됐는데, 롯데 벤치는 대타 김주현을 투입했다. 그리고 김주현이 볼카운트 1S에서 권 혁의 2구째 141㎞ 직구를 받아쳐 중월 2점 홈런을 만들어냈다. 이날의 결승타였다.
이 홈런은 2007년 프로에 데뷔한 김주현의 1군 경기 첫 홈런이었다. 무려 8년 만에 1군에서 홈런을 친 것. 덕수고를 졸업한 김주현은 2007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6번으로 KIA 타이거즈에 지명됐다가 곧 방출됐다. 그러나 2010년에 롯데 육성선수로 재입단해 선수 생활을 이어왔다. 그리고 8년 만에 첫 홈런을 극적인 연장 대타 결승포로 장식한 것.
강렬한 1군 홈런 신고식을 치른 김주현은 "맞는 순간 넘어갈 거라는 생각은 못했다. 그런데 홈런이 돼 나도 놀랐다"며 감격적인 순간을 회상했다. 이어 "2군에서는 홈런을 쳐봤기 때문에 2군에서처럼 편하게 스윙하려 한 것이 주효했다"고 홈런 비결을 밝혔다. 계속해서 김주현은 "2군에서 성적(49경기 타율 3할3푼, 5홈런 31타점)이 좋았는데, 1군에서 결과로 이어지지 않아 마음고생을 좀 했다. 하지만 앞으로 좋은 모습을 꾸준히 보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청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