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분의 대혈투였다. 전북과 전남의 '호남더비'는 불볕더위마저 잊게 만들 만큼 시원했고, 화끈했다. K리그 클래식 '1강' 전북과 리그 3연승의 전남이 2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클래식 18라운드에서 2골씩 주고 받는 화력 대결 끝에 2대2 무승부를 기록했다.
두 팀의 최근 분위기와 장점이 그대로 반영된 경기였다. 전남은 최근 리그 3연승을 질주 중이었다. FA컵 승리까지 더하면 4연승이다. 상승세를 타고 있는 전남은 경기 초반부터 '전주성(전북의 홈구장)'의 축구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전반 초반부터 매섭게 전북을 몰아부쳤고, 전북은 전열이 흐트러지며 2골을 잇달아 내줬다. 전남은 전반 12분 오르샤의 선제골과 전반 21분 이종호의 헤딩골을 묶어 전반을 2골차로 앞선채 마쳤다.
전반만 보면 최근 2경기에서 승리를 챙기지 못한 전북의 무승이 3경기까지 이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전북의 저력은 후반에 나타났다. 특유의 '닥공(닥치고 공격)'이 시작됐고,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에두-이동국 투톱 카드를 꺼내든 최강희 전북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중앙 수비수 조성환을 빼고, 공격수 출신 측면 수비수 이주용을 투입해 공격을 강화했다. 후반 11분에는 에닝요를 투입했고 후반 32분에는 중앙 수비수 윌킨슨을 빼고 공격형 미드필더 장윤호를 투입하는 강수를 뒀다. 수비수 2명을 빼고 공격수 2명을 투입하는 최 감독의 전매특허 '닥공 교체'였다. 효과가 바로 나타났다. 전북은 후반 32분 이재성이 헤딩골로 추격을 시작한데 이어 후반 34분 장윤호가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전북과 전남은 2대2로 승부를 내지 못했지만 의미있는 승점 1점씩을 따냈다. 전북은 FA컵 포항전 패배에 이어 2연패 위기에서 탈출했고, 전남은 전북을 상대로도 패하지 않으며 상승세를 이어가게 됐다.
대혈투의 선봉장은 양 팀의 '신예' 오르샤(전남)와 장윤호(전북)였다. 올시즌 전남에 입단한 크로아티아 출신의 오르샤는 0-0으로 맞선 전반 12분 하프라인 근처에서 볼을 잡아 드리블로 전북 문전까지 침투한 뒤 선제골을 터트렸다. 김기희 조성환 이재성 등을 차례대로 드리블로 제치고 오른발 인사이드 슈팅으로 만들어낸 완벽한 골이었다. 3~4월 1골도 넣지 못하며 부진했던 오르샤는 K리그 적응을 마친 5월부터 펄펄 날고 있다. 최근 4경기 연속골을 비롯해 5골-4도움을 기록하며 전남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전북의 '루키' 장윤호는 최강희 전북 감독의 얼굴에 미소를 안겼다. 2015년 우선지명으로 전북에 입단한 19세 '신예' 장윤호는 후반 32분 투입된지 2분만에 극적인 동점골을 터트렸다. 강력한 왼발 중거리 슈팅으로 전남의 골망을 흔들었다. K리그 데뷔골이었다. 장윤호는 전북이 야심차게 키우고 있는 유스 출신의 신예다. 그러나 최 감독은 동계전지훈련 명단에서 과감하게 그의 이름을 뺐다. 1m78에 68㎏인 장윤호가 발기술은 좋지만 체력이 약하다고 판단해 국내에서 웨이트 훈련을 집중적으로 시켰다. 시즌이 시작됐지만 국가대표 이재성과 같은 포지션이라 출전 기회를 많이 부여받지 못했다. 하지만 꾸준히 몸싸움 능력을 기른 결과 장윤호는 최근 최 감독으로부터 'OK'사인을 받아냈다. 지난 17일 울산전에서 K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최 감독은 투지 넘치는 그의 플레이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리고 전남전에서 0-2로 리드를 허용하자 후반에 장윤호를 투입했다. 장윤호의 투입 이후 전북은 공격에 고삐를 바짝 당겼고, 두 골을 몰아 넣으며 귀중한 승점 1점을 챙기게 됐다. 장윤호는 최 감독의 믿음에 동점골로 보답했다. 전북은 장윤호의 동점골 덕분에 승점 1점을 추가했다. 2위 수원(승점30)과의 승점차도 7점으로 유지했다. 전주=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