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L 대란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KBS2 금토 예능 드라마 '프로듀사'와 관련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소재도 다양하지만 그중에서도 관심을 끌고 있는 건 단연 PPL이다. milk A4용지, 다른 신발을 두 번이나 퇴짜 놓은 뒤에야 만족한 스베누 운동화, 라인, 스타일난다 등 장면 장면마다 PPL이 쏟아지면서 보기 거북하다는 의견과 그마저도 기대하게 만든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과연 '프로듀사' 속 PPL, 어떻게 봐야할까.
일단 '프로듀사'에 PPL이 몰리는 이유는 단연 '김수현 효과'다. SBS '별에서 온 그대'로 중국에서 특급 인기를 누리고 있는 그를 겨냥해 PPL 제안이 쏟아지고 있는 것. '프로듀사'의 경우 회당 4억 원 가량의 제작비가 소요되는데, 12회 총 제작비 48억 원의 절반 가량을 PPL로 메웠다는 후문이다. 그야말로 역대급 PPL인 셈. 문제는 대부분의 PPL이 김수현을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수현의 인기에 편승해 중국 시장을 노려보겠다는 계산이다. 그러다 보니 김수현이 등장하는 장면에는 신발 시계 휴대폰 등 PPL이 쏟아지게 됐다. 여기에서 PPL 논란이 발생했다.
일단 제작진의 항변은 이렇다. 관계자는 "PPL 제안이 다른 드라마에 비해 많은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스토리에 상관없이 PPL을 넣을 수도 없다. 1/3 정도는 걸러낸 것 같다. 작품에 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제품을 고른 것"이라고 전했다. 이미 PPL이 포화 상태라는 점도 문제다. 대부분 김수현을 겨냥한 PPL이기 때문에 김수현 혼자 PPL을 소화하기가 빠듯하다는 것. 더욱이 PPL은 전체 방송 시간의 5%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노출될 수 있는데 '프로듀사'의 방송 분량은 70분이라 회당 3.5분 밖에 PPL에 활용할 수 없다. 그래서 박지은 작가 역시 작품에 PPL을 녹여내는데 고충을 토로했다는 후문.
의외로 이런 PPL에 호응을 보내는 쪽도 있다. 일단 '예능 드라마'라는 점에서 면죄부를 주기도 한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미니시리즈에 비해 예능 드라마이기 때문에 좀더 자율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보통 일반 미니시리즈는 큰 사건을 중심으로 극이 진행되는데 반해 예능 드라마는 에피소드 중심으로 극이 흘러간다. 더욱이 '프로듀사'는 극 안에 '1박2일'이나 '뮤직뱅크' 같은 다른 프로그램이 등장하면서 중간중간 흐름이 바뀌기 때문에 이 사이사이에 PPL이 등장하더라도 큰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승전 '김수현'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 드라마 홍보사 관계자는 "배우들의 이미지가 워낙 좋다. 그렇기 때문에 PPL이 쏟아지더라도 '김수현이니까 괜찮아' 하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또 차태현 공효진 김수현의 몸값은 누구나 최상위권으로 예상하다 보니 PPL을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생기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나 여전히 PPL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PPL에 집착하다 보니 '옥에 티'가 속속 등장한다. 탁예진(공효진)과 라준모(차태현)의 맥주가 대표적인 예다. 이들이 즐겨 마시는 색깔 맥주는 중국에서 지난해 12월 현지 판매를 시작한 TAKI 리큐어 맥주다. 중국 흑우식품 제품으로 김수현이 광고 모델이다. 그런데 한국에 아직 정식 출시되지도 않은 수입 맥주를 밤낮으로 야근과 전쟁에 찌들어 살아가는 PD들이 지친 몸을 이끌고 굳이 중국 맥주를 찾는다는 설정 자체가 이해하기 어렵다. 오히려 편의점에서 국산 캔맥주를 마시는 편이 자연스러웠을 듯 하다. 극의 흐름도 끊는다. 주인공보다 더 크게 스베누 운동화를 화면에 비춘다거나 하는 연출로 시청자들에게 거부감을 느끼게 한다. 또 방송 분량도 문제다. PPL이 넘쳐흐르다 보니 쪽대본으로 촬영을 강행하게 됐고, 그러면서 일부 출연진들의 비중이 줄어들었다는 것. 열악한 국내 드라마 제작 환경에서 쪽대본은 거의 관례가 된 부분이라고는 하지만, 예정됐던 비중이 줄어드는 일은 배우들에게 있어 분명 불쾌한 일이다. 더욱이 캐릭터에게 부여됐던 스토리가 줄어든다는 것은 작품 퀄리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프로듀사'는 20일 종영한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