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예상치 못한 카드였다.
2015년 SK핸드볼코리아리그 남자부에서 '역대급' 챔피언결정전이 펼쳐진다. '최강'으로 군림했던 두산과 '만년 꼴찌' 신협상무가 오는 4일과 6, 7일 서울 방이동 SK핸드볼경기장에서 정상의 자리를 놓고 한판승부를 벌인다. 두산은 정규리그 1위로 챔프전에 직행했다. 하지만 신협상무(리그 3위)는 '디펜딩챔피언' 코로사(2위)를 플레이오프에서 제압하면서 창단 후 첫 챔프전 진출의 감격을 누렸다. 1999년 핸드볼큰잔치 우승 뒤 무관에 그쳤던 상무는 16년 만의 대권 도전 기적을 노리고 있다.
두산이 우세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두산은 정규리그 개막전에서 코로사에 패한 뒤 연승을 내달리며 무난히 1위를 차지했다. 나승도 강전구 등 주력 자원들이 군 입대를 위해 떠났으나, 황도엽 이건웅 정관중 등 신예들이 합류하며 공백을 메웠다. 이들이 베테랑 정의경 이재우 임덕준과 호흡을 맞추면서 시너지가 상당했다. 챔프전 직행으로 휴식 기간이 길었던 점도 유리한 점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리그 원년인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연속 정규리그-챔프전 통합 챔피언을 기록할 정도로 경험이 풍부하고 큰 경기에 강하다는 점도 두산에 무게를 둘 만한 부분이다.
시즌 개막 전 '다크호스'로 지목됐던 신협상무는 코로사와의 플레이오프에서 나승도 이은호 강전구 등 '신병' 효과를 톡톡히 선보였다. 남성철 차승재가 번갈아 지키는 골문의 무게감도 상당했다. 현역시절부터 지도자까지 상무에서 25년 '말뚝을 박은' 조영신 감독의 푸근한 리더십 역시 선수단을 똘똘 뭉치게 만든 요인이다. 조 감독은 "이미 챔프전 진출 만으로도 성과라며 축하해주시는 분들이 많다"면서 "이왕 여기까지 온 만큼 후회없이 경기를 치르겠다. 수사불패의 상무 정신을 제대로 보여줄 것"이라고 다짐했다.
여자부에선 인천시청-서울시청 간의 '리턴매치'가 펼쳐진다. 지난해 챔프전에서는 인천시청이 정규리그 1위 서울시청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창단 후 첫 대권에 도전했던 서울시청은 와신상담 끝에 올해 플레이오프서 난적 삼척시청을 누르고 챔프전에 진출했다. 김온아 류은희 쌍포가 버틴 인천시청은 준국가대표팀으로 불릴 정도로 전력이 탄탄하다. 하지만 임오경 감독이 이끄는 서울시청도 권한나-최수민 라인을 확실히 갖춰 올해는 해볼 만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임 감독은 "지난해 챔프전을 아직도 못 잊는다. 인천시청이 체력적으로 유리하긴 해도 오히려 경기 감각 면에선 플레이오프를 치른 우리가 더 나을 것"이라며 "상대는 경험 많은 선수들이 많지만, 우리에겐 패기가 있다. 2014년의 한을 반드시 풀겠다"고 다짐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