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패에 빠졌을 때 그 연패를 끊기가 이상하게 힘들 때가 있다. 예전에는 쓰지 않는 투수 기용에 다양한 작전을 구사해도 연패가 쌓여가는 경우가 있다. 결국 팀컬러를 그대로 밀고 나가는 정공법이 통할 때가 그렇다.
넥센이 그랬다. 넥센은 26일 삼성 라이온즈에 0대4로 패하면서 5연패에 빠졌다. 순위도 4위였다가 7위까지 내려앉았다.
넥센 히어로즈 염경엽 감독은 27일 경기전 "연패하는 팀은 다 똑같은 것 아니냐. 투-타 엇박자에 해줘야할 선수들이 못해주고, 이겨야할 경기를 잡지 못하면서 연패가 이어지는 것"이라며 "선수들이 잘해서 이길 수 있도록 하지 못한 벤치의 잘못"이라고 했다. 전날 에이스 밴헤켄을 내고도 진것이 아플 수밖에 없을 터. 염 감독은 "밴헤켄이 2점을 줬는데 삼성 타자들을 상대로 그정도면 잘한 것이다. 공도 좋았다"라며 "피가로의 공을 우리 선수들이 공략하지 못해 졌다"라고 했다.
그런데 염 감독은 전날 삼성 마운드를 상대로 1점도 뽑지 못한 라인업을 그대로 냈다. 이택근-스나이더-박헌도-박병호-유한준-김민성-윤석민-김하성-박동원으로 이어지는 타순이다.
염 감독은 하위타선을 강조했다. "우리팀은 6,7번이 강해야한다. 그래야 한번의 찬스에서 빅 이닝을 만들어낸다"라고 했다. "서건창이 빠지면서 그린라이트를 줄 선수가 없다. 이렇게 연패 중일 땐 작전 등을 쓸 필요도 있는데 현재 선수들로선 그런 야구가 쉽지 않다"는 염 감독은 "1∼3번이 찬스를 만들어주면 박병호로 시작되는 중심에서 빅이닝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했다. 잘맞고 있는 김민성이 3번이 아닌 6번을 치는 이유도 그 때문. "김민성이 안좋을 때 3번을 친다. 지금은 잘 맞고 있기 때문에 찬스 때 해결을 하기 위해 6번에 놓은 것"이라고 했다.
염 감독의 기대대로 넥센 선수들은 이날 삼성 마운드를 초토화시키며 시원하게 연패를 끊었다. 1회초부터 빅이닝을 만들었다. 안타2개와 볼넷으로 만든 무사 만루서 삼성 포수 이흥련의 패스트볼로 선취점을 뽑은 넥센은 이어진 무사 2,3루서 박병호의 가운데 관중석을 넘어가는 장외 스리런포로 단숨에 4-0의 리드를 잡았다. 염 감독은 "중심선수가 못쳐주니 연패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은 것"이라고 했는데 박병호가 초반 분위기를 띄워주는 홈런을 친 것. 빅이닝을 만들며 기선을 제압한 뒤엔 경기가 술술 풀렸다. 2회말 2점을 내줘 4-2로 쫓기자 3회초 7번 윤석민이 1사 1루서 삼성 선발 장원삼으로부터 좌측 장외 투런포를 날려 6-2로 점수차를 벌렸다. 4회초엔 2번 스나이더가 바뀐 투수 김기태를 상대로 중월 솔로포를 쏘았고, 5회초엔 유한준과 김민성이 랑데뷰 솔로포까지 터뜨려 9-2로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13대4로 승리한 넥센. 결국 넥센 스타일로 다시 살아났다. 대구=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