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삼성 라이온즈-넥센 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린 대구구장. 삼성 류중일 감독과 넥센 염경엽 감독은 전날 경기를 복기하며 결정적 승부처를 7회초로 봤다. 바로 삼성 중견수 박해민의 슈퍼캐치를 꼽았다. 두 감독 모두 "그 수비가 (넥센으로 흐를뻔 했던) 맥을 끊었다"라고 했다.
당시 2-0으로 삼성이 근소하게 앞서 있던 상황에서 7회초 무사 1루 때 6번 김민성이 삼성 선발 피가로를 공략해 가운데 담장 쪽으로 큰 타구를 날렸다. 홈런 아니면 펜스를 맞히는 2루타가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어느새 펜스 앞까지 달려간 박해민이 높게 점프해 타구를 잡아냈다.
피가로는 7회초를 마친 뒤 덕아웃에서 박해민을 끌어안으며 고마움을 표시했고, 경기후 인터뷰에서 "오늘 나의 MVP는 박해민"이라고 공개적으로 박해민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박해민은 최근 구자욱과 치열한 선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구자욱은 타격, 박해민은 수비가 좋다.
지난 주말 KIA 타이거즈와의 3연전 때는 구자욱이 선발 중견수로 출전해 대타, 대수비로 나갔던 박해민은 26일 다시 찾아온 선발 기회에서 멋진 수비와 2안타의 맹활약을 펼쳤고, 27일 경기에도 선발 출전의 기회를 잡았다.
27일 경기전 만난 박해민은 선발 출전 때 긴장했다고 했다. 지난해 이미 주전 중견수로 나섰던 박해민이지만 올해 구자욱과의 경쟁이 전에 없던 긴장감을 불러왔다고. "나는 수비를 못하면 경기에 나가지 못한다"면서 수비에 대한 자신감과 애착을 함께 드러냈다. 호수비의 상황은 홈구장의 익숙함과 바뀐 펜스의 안전감이 더해진 결과라고. "수비 위치를 잡으면서 펜스와 어느정도 떨어졌는지를 미리 확인하고 타구를 잡으러 갈 때도 한번 펜스를 슬쩍 보고 몇발짝 더 갈 수 있는지 판단한다"면서 "작년엔 펜스 때문에 과감하게 못했지만 올핸 펜스가 좋아져 안심하고 펜스 플레이를 할 수 있다"라고 했다.
박해민은 "작년엔 마틴이 광주에서 껴안아준 적 있었다"고 웃으며 "올해는 수비가 더 좋아진 것 같다. 좋은 수비를 하면서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작년의 나라면 못잡았을 타구를 잡아낸 게 몇 개 있다"라고 했다.
아직 도루 1위. 하지만 출전 기회가 줄어들어 도루 기회 역시 줄어들며 NC 박민우(19개)에게 1개차로 쫓기는 상황. 박해민은 "기회가 있을 때 쳐서 출루를 해야한다"며 기회의 소중함을 얘기하며 파이팅을 다짐했다.
삼성으로선 좋은 외야수 2명의 경쟁을 보는 것도 즐거움이 될 듯. 유능한 대타, 대수비 요원이 있어 경기를 풀어가는데도 도움이 된다. 경쟁에서의 승자는 누가 될까. 박해민은 "다른 선배들처럼 주전으로 빠지는 불안감이 없이 경기를 준비하고 싶다"라며 주전에 대한 각오를 보였다. 대구=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