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위기가 예감된다. 과연 한화 이글스는 6월의 시련을 이겨낼 수 있을까.
프로야구 개막 후 두 달. 한화 이글스는 꽤 잘 버텨왔다. 27일까지 24승23패로 승률 5할 고지를 지켰다는 것만 해도 큰 성과다. 순위는 7위지만, 공동 5위 넥센-롯데와 불과 0.5경기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1경기 결과에 따라 5위까지도 오를 수 있다는 뜻. 개막을 앞두고 정근우 조인성 이태양 배영수 등이 크고 작은 부상으로 전력에서 빠졌던 위기를 잘 돌파해냈다.
그러나 이 위기는 어쩌면 리허설 수준이었을지도 모른다. 개막 시점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큰 위기가 다가올 수 있다. 미리 대비를 하지 않는다면 지금껏 이뤄놓은 성과가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될 가능성도 크다. 한화를 집어삼킬 수도 있는 엄청난 파도. '6월 대위기설'의 실체는 이렇다.
▶지친 선수들, 6월 폭염이 두렵다
김성근 감독(73)을 비롯한 한화 코칭스태프는 다가올 6월을 예사롭게 보고 있지 않다. 올 시즌 성패의 가장 큰 분수령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일단 시기적으로 한 번쯤 위기가 올 타이밍이다. 개막 후 2개월이 지난 시점. 탄탄한 전력으로 순항해 온 팀이라면 모를까. 모자란 전력을 바닥까지 긁어내 전력투구하며 버텨온 한화로서는 피로감이 엄습할 수 있는 시기다. 보통은 이런 위기 상황을 극복해내는 과정에서 강팀과 약팀이 나뉜다.
피로감의 징후는 최근 팀의 상황에서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일단 '캡틴' 김태균의 허벅지 부상 이탈. 김태균은 지난 10일 이후 선발 출전을 하지 못하고 있다. 허벅지 통증으로 인해 경기 도중 대타로나 가끔 등장할 뿐. 처음에는 가벼운 통증일 것만 같았다. 많아야 4~5경기 쯤 쉬고나면 괜찮을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벌써 결장이 3주 가까이 되고 있다.
부상을 당할 만한 큰 사건도 없었다. 그저 훈련을 하고 경기를 하는 과정에서 허벅지 근육에 무리가 왔을 뿐. 30대 이후 선수들에게 쉽게 나타날 수 있는 근육 피로가 통증으로 왔고, 워낙 민감한 부위(햄스트링)라 복귀에 극도로 신중을 기하고 있다. 김 감독은 "쓰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다. 하지만 부상이 더 커지면 곤란하다. 트레이닝 파트에서 이제 거의 다 됐다고 하니까 기다리고 있다"며 김태균을 활용하지 못하는 속내를 밝히기도 했다.
이용규도 김태균의 경우와 비슷하다. 올해 다시 본래의 실력을 회복하며 팀 공격의 선봉을 맡았던 이용규는 최근 허리 근육통이 생겼다. 통증 부위가 허리에서 엉덩이, 허벅지 쪽까지 넓게 퍼져있다. 운신을 못할 정도로 심각하진 않다. 26일 경기에는 나오지 못했지만 27일에는 나왔다. 피로 누적이 통증의 주요 원인인데, 본인도 팀 내부적으로도 극히 조심스러워한다.
이밖의 나머지 선수들도 조금씩 피로도가 쌓여있다. 이런 상황에 6월에 본격적으로 폭염이 시작될 경우 두텁지 않은 선수층을 지닌 한화로서는 갑작스러운 주전 이탈에 따른 전력 감소 현상을 겪을 수도 있는 것이다.
▶팀을 지켜온 핵심전력, '갓경언'의 이탈
무엇보다 한화를 더욱 힘겹게 하는 건 바로 팬들에게 '갓경언'으로 불리는 김경언의 이탈이다. 지난 26일 대전 KIA전 때 1회에 상대 선발 임준혁이 던진 공에 맞아 오른쪽 종아리를 다쳤다. 단순 타박인 줄 알았는데 검사해보니 근육 좌상이라고 나왔다. 내부 근육이 일부 파열된 상태. 결국 치료에 4주가 걸린다. 김 감독은 "복귀까지는 적어도 한 달쯤 걸릴 것 같다. 빨리 와도 6월말"이라고 설명했다.
김경언은 올해 팀에서 가장 '핫'했던 인물이다. 타격감도 뜨거웠도, 수비에서도 열정을 발휘했다. 주로 우익수로 나갔는데, 가끔은 팀 상황에 따라 1루를 지키기도 했다. 어쨌든 선수들의 '멀티 포지션'을 추구하는 김 감독으로서는 가장 활용하기 편했던 선수가 바로 김경언이었다.
무엇보다 김경언의 팀 기여도는 공격적인 측면에서 드러난다. 주로 3번 타자를 맡아 고감도 타율과 결정력을 과시했기 때문이다. 부상으로 빠지기 전까지 김경언은 리그에서 전체 3위(0.352)의 타율에 8홈런 35타점을 기록 중이었다. 특히 득점권에서 활약이 빛났다. 부상 이전(25일)까지 득점권 타율이 3할4푼6리로 팀내 4위였는데, 정작 타점은 29개로 가장 많이 생산해냈다. 알토란같은 팀 기여도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김경언의 '최소 4주 이탈'은 김 감독에게 더욱 안타깝고 속이 상하는 일이다. 김 감독은 "외야와 1루 등 이곳저곳에 쓸 곳이 많았는데, 허전해졌다. 공격 라인업을 짜는 것도 어려워졌다"고 토로한다. 그만큼 김경언의 빈자리가 아쉽기 때문이다.
여기에 외국인 선수 제이크 폭스의 부상 이탈도 아쉬운 대목이다. 1군에 합류해 겨우 4경기를 뛰고 다쳤다. 1군 경기에 출전하자 다이빙캐치를 하는 등 과도한 의욕을 보인 것이 부상을 유발한 것이 아닌가라는 분석이 나온다. 어쨌든 폭스가 합류했다 금세 내려간 것은 한화에 악영향을 미친 건 맞다. 아예 없었다면 모를까 있다가 빠지면서 선수 활용폭이 달라졌다.
당장 외야수 이종환이 폭스의 1군 합류 시점에 맞춰 2군에 내려갔다. 김 감독은 "폭스가 이렇게 금세 다칠 줄은 몰랐다. 그러면서 이종환이 너무 아쉽게 됐다. 있었다면 여러모로 유용했을텐데"라고 말했다. 결국 이종환은 10일의 기간만 지나면 곧 1군에 재합류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듯 중심 선수들의 피로 누적과 부상, 그리고 폭염의 시기 등이 복합적으로 겹쳐지는 게 바로 6월이다. 이 고비에서 지금처럼 5할 승률을 유지할 수만 있다면 한화는 오랫동안 중위권을 지킬 힘이 생길 듯 하다.
대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