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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FIFA 부회장 등 6명 체포 '블래터 최대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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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선을 노리는 제프 블래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79·스위스)에게 최대 위기가 찾아왔다.

미국이 30일(한국시각) 예정된 FIFA 회장 선거를 앞두고 블래터 회장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했다. 뉴욕타임스는 스위스 당국이 27일 오전(현지시각) FIFA 고위직 6명을 전격 체포해 미국으로 압송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수사는 미국이 스위스 당국에 이들에 대한 체포를 요청하면서 이루어졌다. 체포된 6명에는 케이만 군도의 제프리 웹, 우루과이의 에우헤니오 피게레도 FIFA 집행위원회 부회장과 트리니나드 토바고 잭 워너 전 집행위원 등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스위스 당국은 10명 이상 체포할 계획이었지만, 현장에 없는 인원을 제외하고 6명만 체포했다. 블래터 회장은 이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 체포는 로레타 린치 미국 법무부 장관이 취임한 지 한 달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그는 장관에 오르기 전 뉴욕 브루클린에서 FIFA에 대한 수사를 지휘해왔다. FIFA는 1998년 블래터가 회장에 오른 이후 막대한 이익을 누려왔으며,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57억달러(약 6조3천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블래터 회장은 재임 기간 뇌물, 횡령 등과 관련된 의혹을 꾸준히 받아왔다. 특히 2018년 러시아월드컵과 2022년 카타르월드컵 개최 선정 과정에서 각종 잡음이 이어지며 의혹의 중심으로 자리잡았다.

FIFA 총회를 앞두고 이뤄진 이번 체포로 블래터 회장은 5선 도전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그간 연방수사국(FBI)이 러시아와 카타르 월드컵 개최지 선정 과정을 수사 중이라는 보도가 있기는 했지만, 수사 진행 상황이 외부에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12명 이상의 스위스 수사당국 관계자들이 이례적으로 이날 오전 일찍 예고도 없이 취리히 바우어 오락 호텔을 급습했다. 이 호텔은 FIFA 고위 간부들이 연례 회의를 위해 묵고 있던 곳이다. 수사 관계자들은 호텔 데스크에서 열쇠를 받아 이들의 방을 쳐들어가 체포에 성공했다. 이들은 과거 20년간 FIFA의 광범위한 부패와 관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에 체포된 간부들이 블래터 회장과 가까운 사이인만큼 조만간 수사의 칼날이 블래터 회장을 향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FIFA회장은 블래터 회장과 알리 빈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40)의 양자 대결 구도로 압축됐다. 당초 포르투갈의 레전드 루이스 피구와 미카엘 판프라흐 네덜란드 축구협회장도 후보로 나섰지만, 모두 중도 사퇴했다. 분위기는 블래터 회장쪽이었다. 블래터 회장은 이미 공식 지지를 선언한 남미연맹과 아프리카연맹의 지원을 등에 업고 있는 만큼 느긋한 입장이었다. CNN 등 유력언론들도 '블래터 회장이 FIFA 6개 대륙연맹 가운데 5곳의 지지를 받고 있다며 당선이 유력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번 체포로 분위기가 급변했다. 과연 세계축구계에 대변혁이 찾아올지 축구 팬들의 시선이 FIFA 총회가 열리는 스위스 취리히로 향하고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