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경기 때면 반드시 볼 수 있는 장면. 경기 전 포수 이홍구의 쉴틈없이 이어지는 블로킹 훈련이다. 한화 이글스와의 주중 3연전의 첫 경기가 열린 26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3루쪽 원정팀 덕아웃 근처에서 이홍구는 나카무라 다케시 배터리가 코치가 때려주는 공을 온몸으로 막아내고 있었다. 홈과 원정, 주전 출전 유무와 상관없이 계속되는 워밍업이다.
올시즌 KIA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힌 포지션이 포수, 키스톤 콤비로 이어지는 센터라인이었다. 다른 포지션은 주전과 비주전의 대략적인 밑그림이 드러났는데, 포수는 개막 직전까지 윤곽이 잡히지 않았다. 베테랑 차일목(34) 이성우(34)에 '젊은피' 이홍구(25) 백용환(26)이 평가대에 올랐는데, 눈에 쏙 들어오는 선수가 없었다.
베테랑은 노련하지만 공격력이 아쉬웠고, 저연차 젊은 포수는 수비능력이 떨어지고 경험 부족이 걱정됐다. 포지션 특성상 단기속성육성이 불가능한 게 포수.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난제다.
일단 이성우와 이홍구, '신구 콤비'로 시즌을 시작했다. 시즌 초반에는 이성우가 주로 선발 출전했는데, 점차 이홍구의 비중이 높아졌다. 3월 28일 LG 트윈스와의 개막전부터 4월 4일 kt 위즈전까지 이성우가 5경기 연속으로 안방을 지켰다. 이홍구는 이 기간에 후반 교체 출전하거나 대타로 나섰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홍구가 주로 선발로 나서고, 이성우가 3~4경기에 한번꼴로 선발 마스크를 쓰고 있다. 일시적인 현상일수도 있지만 이홍구의 역할이 커진 건 분명하다.
26일 현재 이성우가 36경기(선발 22경기), 이홍구가 33경기(선발 16경기)에 출전했다. 타석수는 이홍구가 76개로 이성우의 69개에 앞선다. 차일목이 잔부상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백용환은 아직까지 1군 출전이 없다. 이홍구가 주전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구도다.
1m80, 90kg 당당한 체격조건을 갖춘 이홍구는 수비보다 공격에 강점이 있다. 이번 시즌 도루 저지율이 2할이고, 뼈아픈 실책성 플레이를 한 적도 있다. 하지만 공격능력으로 아쉬움을 상쇄할 수 있을 것 같다.
초반 대타로 나서다가 최근 꾸준히 타석에 서고 있는 이홍구는 33경기에서 타율 3할1푼9리(69타수 22안타), 3홈런, 16타점을 기록했다. 중심타자인 필, 이범호, 김주찬, 최희섭에 이어 팀 내 타점 5위다. 결승타도 3개나 때렸다. 6개를 기록한 필에 이어 팀 내 공동 2위다. 이홍구는 26일 한화전 2회초 2사 2루에서 우전 적시타를 때렸다. 이번 시즌 세번째 결승타. 10대3 승리의 발판을 놓은 시즌 22번째 안타였다.
김기태 감독이 나지완의 극심한 부진으로 고민이 컸을 때 이홍구를 4번 후보로 생각했을 정도로 무게감이 있다. 하위타선의 4번 타자 이홍구의 더 큰 활약이 기대된다.
대전=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