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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창진 수사]어떤 경기 승부조작했나, 빌린 3억 대가 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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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국내 남자농구판을 주름잡았던 전창진 KGC 감독이 불법 스포츠 도박에 연루된 혐의로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서울중부경찰서는 전창진 감독이 한 사채업자로부터 거액(3억원)을 빌렸고, 또 그 돈으로 불법 스포츠 도박에 베팅해 부당한 이득을 취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미 전 감독이 한 사채업자에게서 돈을 빌린 증거를 갖고 있다고 한다. 또 경찰은 자신이 지휘봉을 잡았던 팀의 승부를 조작한 혐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어떤 경기가 승부조작됐을까

경찰이 조작을 의심하는 경기는 남자농구 2014~2015시즌의 2월 경기다. 경찰은 A감독이 경기 중 후보 선수들을 기용해서 결과를 패배쪽으로 유도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10점차 이상 지는 쪽으로 이끌었고, 그 결과에 베팅을 해 2배 이상의 배당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이 의심하는 경기는 2월 20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벌어진 SK-kt전(75대60)과 kt-KGC전(63대75)이다. SK-kt전에선 SK가 시종일관 리드한 끝에 15점차로 대승했다. 당시 kt는 주포 조성민이 10분간 출전했지만 무득점으로 부진했다. 백업 김현수는 17분5초를 뛰었고 무득점했다.

kt-KGC전에선 팽팽하던 경기가 3쿼터에 갈렸다. kt가 3쿼터에 6득점에 그쳤고, KGC는 22득점했다. 프로농구 관계자는 "강동희 감독 때도 봤지만 경기 조작 여부를 경기 내용만 갖고 입증하기는 무척 어렵다. 선수 기용은 감독의 고유 권한이다. 백업 선수를 특정 시점에 투입한다고 해서 그걸 조작으로 보기는 어렵다. 당시 주전들의 체력 안배 등을 고려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강동희 전 동부 감독은 지난 2011년 2~3월 불법 스포츠토토 브로커로부터 돈(4700만원)을 받고 승부조작에 가담한 협의로 2013년 8월 법원에서 징역 10개월, 추징금 4700만원의 유죄를 선고받았다. 강동희 감독은 그 사건으로 인해 농구판에 발을 붙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앞서 축구, 야구 등에서도 스포츠 도박에 연루돼 승부조작을 했던 선수들도 지금까지 현직으로 돌아온 사례는 없다. 그만큼 스포츠의 세계에서 조작은 엄벌에 처해지고 있다.

경찰은 전 감독의 조작 여부를 입증하는 보강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전 감독을 출금금지 조치했다. 강동희 감독은 당시 검찰 수사에서 강경하게 버티다가 결국 경기조작을 시인했다.

▶빌린 3억, 대가가 있나

중부경찰서 강력팀은 최근 구속한 사채업자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전 감독에게 돈이 흘러갔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경찰은 전 감독이 사채업자로부터 3억원을 빌린 증거를 갖고 있다고 한다. 또 사채업자는 전 감독이 베팅할 경기와 조작하는 방식까지 알려줬다는 진술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경찰은 전 감독이 빌린 3억의 대가와 그 돈의 사용처를 입증하는 게 남았다. 전 감독이 3억을 경기를 조작하고 사전에 알려주는 대가로 받았다면 처벌이 불가피하다.

또 전 감독이 그 돈의 일부를 다시 자신이 조작에 가담한 경기에 불법적으로 베팅했다는 것도 입증이 필요하다.

대개 불법 스포츠 도박과 경기조작의 증거는 관련자들의 증언과 계좌 추적을 통해 이뤄진다. 이것으로 입증이 되면 혐의자는 스포츠토토진흥법을 위반했기 때문에 처벌받게 된다. 국내에선 현직 감독과 선수가 스포츠 도박을 할 수 없도록 금지하고 있다. 또 국내에 합법적인 스포츠토토는 정부가 승인한 (주)스포츠토토 뿐이다. 따라서 불법적인 스포츠토토 사이트를 통한 베팅과 정보 거래도 처벌 대상이 된다. 게다가 승부조작 혐의까지 확인이 될 경우 처벌의 수위는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