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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홍 감독 "상위권 싸움, 이제부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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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홍 포항 감독(47)은 올 시즌 힘든 상황이 펼쳐질 것이라 예상했었다. 변화의 폭이 컸다. 지난 2년간 활용하지 못했던 외국인 공격수가 세 명이나 영입됐다. 부상과 군입대로 인해 수비진도 판갈이 됐다. 다만, 변화에 따른 시행착오를 빠른 시간 안에 줄일 수 있길 바랐다.

그래서 조급함을 버렸다. K리그 클래식 3분의 1지점을 돌 때까지는 드러날 문제점 파악에 중점을 뒀다. 포항은 K리그 클래식 11경기를 마친 시점에서 4위(4승3무4패·승점 15)에 랭크돼 있다. 모든 면에서 아쉬운 시간이었다. 황 감독은 "100점 만점에 50점밖에 안된다. 원톱도 세워보고, 제로톱도 가동하는 등 변화가 심했다. 선수들의 조합을 찾다보니 불안한 상황이 전개됐다"고 설명했다.

기대를 모았던 '개항 효과'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황 감독이 우려했던 외인들의 적응이 더뎠다. 시즌 초반 라자르를 중용하면서 원톱 전술로 경기를 치렀지만, 경기 내용이 만족스럽지 않았다. 결국 6경기 만에 제로톱 전술로 말을 갈아탔다. '조커'로 기용되던 티아고가 그나마 제로톱 전술에 부응했을 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출신 미드필더 안드레 모리츠는 팀에 녹아들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라자르는 17일 광주 원정에서 장기 부상을 해 2개월간 전력에서 이탈하게 됐다. 황 감독은 "외국인 선수들을 틀 안에 가둬놓을 수 없었다. 이들에게 전술을 맞추다보니 여러가지 실험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신광훈의 군입대로 리빌딩된 수비진도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포백 수비라인에서 중앙 수비수 김원일을 제외하면 세 명의 얼굴이 바뀌었다. 수비수들의 실수로 실점을 내준 장면이 왕왕 연출됐다. 그 결과, 11경기에서 13골을 내줬다. 이번 시즌 전남에서 영입한 오른쪽 측면 풀백 박선용은 신광훈의 공백을 잘 메우고 있지만, 나머지 포지션에서 구멍이 나고 있다. 그나마 '수비의 핵' 김광석이 장기 부상에서 벗어나 그라운드에 돌아왔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지피지기 백전불태(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라고 했다. 황 감독은 팀 내 오류을 파악했다. 의미심장한 미소가 흘렀다. 그는 "다음 라운드부터는 충분히 반전할 수 있다. 일찌감치 치고나가는 전북을 제외하면 상위권 싸움은 이제부터다. 늦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오류 수정이 너무 길어지면 올 시즌 어려워질 수 있다.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제로톱'을 가다듬겠다는 것이 황 감독의 생각이다. 변수는 '플랜 B'다. 후반 중반부터 제로톱과 혼용될 원톱 전술이 상대에 먹혀들어야 제로톱이 더 살아날 수 있다. 원톱은 외국인 선수들의 몫이다. 황 감독은 "외국인 선수들을 교체할 생각은 없다. 이들의 적응력이나 플레이 스타일을 파악했기 때문에 조직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했다.

더 높이 날기 위한 '황새'의 눈빛이 달라졌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