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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톤 김재호-오재원, 왜 두산 1위 원동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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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은 선두다. 36경기를 치렀다. 우천취소가 많았기 때문에 2위 삼성과 4경기를 덜 치렀다. 22승14패, 삼성과 승차없이 승률에서 앞서 1위다.

어찌보면 미스테리한 일이다. 기본적인 투수력이 받쳐주지 않기 때문이다. 평균 자책점은 4.74다. 리그 6위다. 상위권을 형성하는 삼성(3.88, 1위) SK(3.96, 2위)에 비하면 수치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더욱 불가사이한 수치는 블론 세이브다. 8개로 최하위다. 모든 팀에게 블론 세이브는 뼈아프다. 특히 두산은 SK전 7-0 리드에 이은 8대7 역전패 등 유독 아쉬운 역전패가 많다. 이런 패배는 단순한 '1패'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팀내 분위기가 떨어지고, 투타에 걸쳐 많은 타격을 준다. 게다가 필승계투진의 로테이션 자체가 헝클어질 수도 있다. 때문에 상식적으로 블론 세이브 최다팀이 1위를 하는 건 납득하기 힘들다.

하지만 현실이다. 거꾸로 보면 그만큼 다른 부분에서 두산의 비교우위가 높았다는 의미다.

선발진이 가장 안정적인 것이 핵심 중 하나다. 하지만 좀 더 깊숙히 살펴보면, 탄탄한 수비진이 자리잡고 있다.

흔히 팀의 센터라인이 강해야 강팀이 된다고 한다. 포수 양의지와 중견수 정수빈이 있다. 뛰어난 수비력을 지니고 있다. 키스톤 콤비는 최강 수준이다. 유격수 김재호와 2루수 오재원의 수비력은 리그 톱 수준이다.

캐치와 스로잉, 그리고 수비 범위와 조화 등에서 가장 뛰어난 수준이다. 삼성 김상수-나바로 콤비도 있지만, 순수한 수비 능력만 놓고 보면, 두산의 키스톤 콤비가 미세하게 앞선다.

실전에서 잘 나타난다. 16일 광주 KIA전. 7-5로 불안한 리드를 하던 두산은 선두 타자 김원섭을 우전 안타로 출루시켰다. 노경은이 역투하던 상황에서 KIA는 대타 김다원이 유격수 옆으로 전광석화처럼 날아가는 강한 타구를 날렸다. 하지만 김재호는 감각적으로 캐치, 그대로 병살타로 연결했다. KIA의 추격을 완벽하게 무력화시키는 호수비였다. 두산 김태형 감독도 "김재호의 수비는 경기 흐름 상 엄청난 의미를 갖는 호수비"라고 극찬했다.

상대의 흐름을 완전히 끊어버리는 두산의 키스톤 콤비의 수비가 적재적소에 나오는 경우가 많다.

3년 째 호흡을 맞추고 있는 김재호와 오재원의 탄탄한 내야 중앙 수비는 마운드에 서는 투수들에게 엄청난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기록에 나타나진 않지만, 경기를 복기해 보면 두산의 상승세에 엄청나게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두산이 중간계투진이 좋지 않은 가운데서도 상승세를 타고 있는 이유. 게다가 선발야구를 더욱 강력하게 해주는 촉매제이기도 하다. 실책 하나와 호수비 하나는 투구수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김재호와 오재원의 성격은 극과 극이다. 항상 열정적인 오재원이 '화염'이라면, 항상 웃는 얼굴의 김재호는 그라운드에서 냉철한 '빙하'다.

두산의 주장은 오재원이다. 하지만, 오재원은 "수비에서 오히려 김재호에게 의지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수비 위치에 대해 조정하고, 대화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선수는 김재호라는 얘기다.

오재원은 "냉정한 김재호가 얘기하면 따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여기에 대해 김재호는 "오재원은 워낙 뛰어난 감각을 지닌 수비수"라며 "요즘에는 둘 사이에서 별다른 대화를 하지 않는다. 알아서 서로 잘 움직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3년 전부터 키스톤 콤비를 이루기 시작했다. 두 선수는 같은 시기에 2군에 내려간 적이 없다. 아마 시절에도 같이 뛴 경험이 없다.

김재호는 "수비 위치에 관해서는 최근 코칭스태프가 분석한 수비 시프트를 많이 의지하는 편"이라고 했다.

이들이 중요한 이유는 또 있다. 그들이 버티면서 코너 내야수의 안정감을 꾀할 수 있다. 두산의 주전 3루수는 최주환이다. 1루수는 김재환. 두 선수는 각각의 포지션의 수비에 그리 익숙하지 않다. 이들을 리드하고 안정감을 심어주는 역할을 한다. 김재호는 "최근에는 나와 오재원이 각각 그라운드에서 3루와 1루와 조화를 이루기 위해 많은 신경을 쓴다"고 했다.

1985년생 동갑내기다. 그들은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공수에서 모두 제 몫을 한다. 정상급 수비 능력 뿐만 아니라 타율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여기에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도 닮았다. 몇 년전부터 벌크업을 꾸준히 하고 있는 오재원이다. 올 시즌 김재호도 이 대열에 동참했다. 벌크업의 효과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있지만, 그들의 변화시도 자체는 매우 긍정적이다. 발전하기 위한 몸부림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여전히 여러가지를 의논한다. 김재호는 "캐치할 때 글러브 모양 등 세부적인 테크닉에 대해서 가감없이 서로 얘기한다"고 했다.

김재호와 오재원이 이루고 있는 두산의 강력한 키스톤 콤비. 두산의 '비정상적 1위'를 설명할 수 있는 보이지 않은 요인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