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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없는 신인 서진용, SK 불펜서 살아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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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없는 피칭이 인상적이었다."

SK 와이번스 김용희 감독이 우완투수 서진용(23)의 데뷔전 투구를 지켜본 뒤 나지막이 던진 말이다. 김 감독은 무슨 복안을 깔고 있는 것일까. 최강 불펜진을 자랑하는 SK에서 서진용이 꿰찰 자리가 있을까.

일단 가능성은 생긴 셈이다. 서진용은 13일 인천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1-3으로 뒤진 6회초 등판해 2이닝 동안 3안타를 맞고 2실점했다. 7회초 1사 2루서 오재원에게 우월 투런홈런을 허용하기는 했지만, 프로 1군 데뷔전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김 감독은 경기 후 "서진용은 프로 첫 등판이었는데도 겁없는 피칭으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며 의미심장한 평가를 내렸다. 이날 서진용은 최고 151㎞짜리 직구와 130㎞대 초반의 포크볼을 섞어 던졌다. 두 가지 구종만으로 승부를 해도 될만큼 강력한 구위를 지니고 있다는 평가다. 7회 아웃카운트 3개를 모두 삼진으로 잡을 때 직구와 포크볼의 볼배합이 위력적이었다. 김 감독은 앞으로도 서진용을 지속적으로 테스트할 계획이다. 조금씩 성장세를 보인다면 중요한 역할을 맡길 수도 있다.

서진용은 색다른 이력을 거쳤다. 지난 2011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7순위로 SK의 지명을 받은 서진용은 원래 내야수 출신이다. 물론 SK는 서진용을 투수 자원으로 봤다. 오로지 성장 가능성만 믿고 과감히 선택했다. 서진용은 경남고 3학년때 투수로 전향했다. SK는 서진용에 대해 경험은 없지만 강한 어깨를 지녔으면서도 전혀 혹사당하지 않았다는 점을 높이 샀다.

그러나 프로 출발은 냉혹했다. 드래프트 당시 너무 위험한 도박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 게다가 입단하자마자 무릎 수술을 받고 재활에 몰두해야 했다. 2012년 상무에 입대해 지난해 9월 돌아왔다. 2년간 2군에서 뛰면서 많이 성장했다는게 SK의 귀띔이다.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 39경기에 나가 4승2패, 12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3.76을 기록했다. 수치에서 볼 수 있듯 셋업맨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유망주다.

서진용의 특기는 빠른 직구와 낙차 큰 포크볼이다. 직구는 2군에서 154㎞까지 나왔다. 두산 간판타자 김현수와 홍성흔을 상대로 과감히 몸쪽 공을 구사하며 삼진처리할 정도로 배짱도 있다. 제구력을 가다듬고 경험을 쌓는다면 무서운 셋업맨으로 자리할 수 있는 후보다.

그러나 SK는 주전 자리를 쉽게 꿰찰 수 있는 팀이 절대 아니다. 선수층은 10개팀 가운데 가장 두텁다. 1군에 올랐다는 자체가 어찌보면 행운일 수 있다. 지난 8일 SK는 왼손 진해수를 제외하고 서진용을 1군에 올렸다. 당분간은 박방의 상황에서 등판할 일은 없다고 봐야 한다. 전유수-문광은-정우람-윤길현으로 이어지는 SK 필승조는 확고한 틀을 자랑한다.

서진용은 이날 경기 후 "내가 원하는만큼의 공을 던지지 못해 아쉽다. 투수는 맞으면서 성장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홈런은 개의치 않는다. 두산은 강타자들이 많아 맞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내 볼을 믿고 던졌다"고 했다. '겁없는' 신인의 당당함이다. 서진용은 키 1m84, 몸무게 88㎏의 신체를 지니고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