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혜진은 1998년 방송됐던 '은실이'로 아역스타로 사랑받았다. 벌써 15년이 지나고, 성인 연기를 한 지 꽤 됐는데도 여전히 '은실이'의 추억을 가진 팬들이 많다. 그에게 배우 생활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물었다. "아동복 모델을 시작해 자연스러게 방송으로 넘어 왔어요. 그때는 방송 일을 하던 친구들이 많이 없었던 시절이었거든요." (이하 '일문일답')
-아역배우 출신으로 힘들었던 일도 많았겠어요.
▶어른들의 사회에서 일을 하다가 다음날은 또래 친구들이 있는 학교에 간다는 게 적응하기 어렵더라고요. 갈수록 일하는 비중을 줄이고, 학교 생활을 늘리면서 균형을 맞출 순 있었어요. 공부를 잘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친구들과 노는 것은 좋아하던 아이였어요.
-아역에서 성인 연기자로 오면서 성장통을 겪었는지 궁금해요.
▶특별한 성장통이 없었어요. 오히려 요즘 사춘기를 겪는 것 같아요. 미래에 대해 제법 진지해지고, 고민도 많아졌거든요.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 볼게요. 일찍 결혼한 장점이 있을텐데요.
▶아이와 친구같이 지낸다는 점이지 않을까요. 서로 싸우고, 화해하면서 특별한 '친구'가 생긴 느낌을 갖게 해주거든요.
-남편도 배우인데, 서로 연기적으로 조언을 주고 받는 편인가요.
▶결혼 초에는 많이 했지만, 이제는 간섭보다 관심에 집중하는 편이에요. 너무 많이 아는 것이 오히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간섭이 되기도 하더라고요. 정말 필요할 때만 의사를 물어보는 정도인 것 같아요.
-서울에서 경기도 광주로 이사간 계기가 있었다고요. 마당이 넓은 집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고요.
▶무럭무럭 덩치가 커지는 강아지가 마음껏 풀어놓을 수 있는 환경이라 너무 좋아요. 사실 아이 핑계를 댔지만, 저도 자연냄새를 맡으면서 지낼 수 있는 게 좋아요.
-잡에서 딸과 함께하는 재미난 놀이가 있을까요? 어떤 엄마인가요?
▶아마 소유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아요. 기분 좋은 때는 좋은 엄마, 나쁠 때는 나쁜 엄마라고 하지 않을까요? 그래도 애정표현을 듬뿍하는 엄마인 것 같긴해요. 실수하면 사과도 바로 하고요. 가족에게 너무 완벽하려고 하지 않는 편이에요. 나를 잃어버리지 않는 한에서 덜하지도 더 가지도 않는 그런 것.
-직접 만나 이야기를 해보니 마음도 몸도 참 건강한 배우이자, 사람이란 생각도 드네요. 비결이 있다면요.
▶신경쓰이는 부분을 정확하게 짚어주고, 넘어가는 버릇이요. 안좋은 감정들이 쌓이면, 결국 그 감정이 안좋게 작용하잖아요. 살아가면서 생기는 물음표를 그냥 넘어가지 않고, 스스로 끊임없이 질문을 하는 편이에요. 왜 내가 기분이 안좋은지, 정확하게 무엇이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인지 말이죠. 차근차근 풀어나가보면 인정하기 싫었던 답도 나오게 될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스스로를 칭찬하기도 하고요. 외면하는 것보다 불편해도 받아들이는 것이 훨씬 어려운 일이니까요.
-이제 마지막 질문이에요. 오랜 시간동안 몸 담았던 연예계 생활을 해오면서 의지하는 사람이 있다면요.
▶남편이요. 혹시라도 부정적인 일이 생기더라도 나를 그대로 바라봐 줄 사람이라고 믿거든요.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편이라, 감정에 휘둘리지도 않는 편이고요. 신중한 면이 제게 큰 의지가 되죠.
인터뷰를 마치고, 전혜진에게서 '어른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추억 속 어린이 스타가 확 변해 어른 스타가 된 게 아니라, 어린이의 동심을 간직한 채 어른으로서 책임감도 더해진 '어른이'. 그게 전혜진이 아닐까. 그리고 그건 배우로서 넓은 연기적 스펙트럼이 될 수도 있겠다.
김겨울기자 win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