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 포항 감독(47)이 '제로톱'을 계속 밀고 나간다.
포항은 5일 어린이날을 맞아 펼쳐질 2015년 K리그 클래식 9라운드 홈 경기에 부산 아이파크를 포항스틸야드로 불러 들인다.
황 감독은 지난달 15일 전남전부터 원톱 전술을 배제했다. 대신 포항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전술, 2013년 '더블(한 시즌 리그와 FA컵 동시 우승)'을 달성했던 황금열쇠인 제로톱으로 방향을 틀었다. 자연스럽게 선수들의 얼굴도 바뀌었다. 원톱 자원인 라자르가 벤치에 앉고, 제로톱 전술을 구사할 수 있는 문창진 이광혁 등이 포진됐다. 변화의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시즌 첫 연승을 달렸다.
우려했던 점도 나타났다. 지난달 25일 인천전에서 덫에 걸렸다. 많이 뛰어야 하고, 유기적인 공격 작업이 이뤄져야 제대로 작동하는 제로톱이 제대로 힘을 내지 못했다. 1대1로 무승부를 거뒀지만, 경기 내용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나마 위안이 됐던 것은 제로톱 자원인 외국인 공격수 티아고의 발끝이었다. 세 경기 연속 득점포를 가동했다.
황 감독은 이번 부산전에서도 제로톱을 필승 전략으로 꺼내들 전망이다. 황 감독은 "득점포가 고르게 나오고 있지만, 아직 아쉬움이 있다. 확실한 공격수를 선택하지 못하고 있다는 건 아직 모두 흡족하지 않은 상태라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밝혔다. 원톱 전술을 아예 버린 것이 아니다. 그러나 제로톱을 사용해야 할 시점이다. 시행착오를 줄여나가는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안정된 시즌 운영이 필요한 때다. 무엇보다 3위 수원(승점 14)이 1위 전북(승점 22)에 패해 부산을 잡으면 3위로 올라설 수도 있다. 굳이 완벽하지 않은 원톱 전술로 돌아섰다가 좋지 않은 경기력을 보이면 향후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황 감독이 부산전에서 제로톱을 고수할 이유는 또 있다. 지난달 4일 전북전에서 비신사적 행위로 4경기 출전 정지의 중징계를 받은 안드레 모리츠가 부산전부터 나올 수 있다. 모리츠는 시즌 초반 발목 인대를 다쳐 국내 선수들과 제대로 호흡을 맞출 기회를 갖지 못했다. 그러나 징계 기간 몸 상태를 끌어올려 제로톱 전술에 힘을 보탤 준비를 마쳤다. 모리츠가 선발로 기용되면, 제로톱의 변형도 줄 수 있다. 후반 라자르와 함께 스트라이커 중용도 가능해진다. 그만큼 공격의 활용도와 파괴력이 높아지게 된다.
상대 전술에 따라 전술은 달라진다. 그러나 '황새표' 제로톱은 승점을 잃지 않고, 원톱 전술도 가능하게 할 묘수로 평가되고 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