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야구에 더 신경써야 한다. 그러면 어련히 강정호처럼 될텐데…."
넥센 히어로즈의 야구를 보는 팬들은 늘 즐겁다. 단순히 이기고, 지고를 떠나 염경엽 감독이 키워내는 선수를 보는 맛만으로도 충분하다. 다른 팀들은 "선수 키우는게 정말 힘들다"라고 말하며 울기만 하는 가운데 넥센에서는 각 포지션 무명이었던 선수들이 1군용 선수들로 성장하며 팀을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 최근 가장 대표적인 선수가 서건창이다.
올해 히트상품은 유격수 김하성이다. 강정호가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며 큰 공백이 예상됐던 넥센인데, 염 감독은 지난해 일찍부터 강정호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공격이 좋은 윤석민과 수비가 좋은 신인 2년차 김하성의 경쟁을 붙였다. 계속해서 윤석민에 우위를 주는 듯한 분위기로 경쟁을 이끌었다. 그러더니 염 감독은 최종적으로 김하성의 손을 들어줬다.
그런데 김하성이 타석에서까지 뜨거워 염 감독은 흡족한 반응. 그는 23경기 타율 3할1푼4리를 기록하고 있는데 가장 눈에 띄는 건 5개의 홈런과 14개의 타점이다. 주로 8번타순에 들어가는데, 하위타선 타자 치고는 엄청난 타격 성적이다. 특히, 적시에 터져나오는 큰 타구 한방이 강정호의 후계자로 손색이 없다. 염 감독은 "손목 힘이 원체 뛰어난 선수다. 그리고 올시즌을 앞두고 체중을 약 15kg 정도 늘렸다. 지난해에는 그냥 고등학생의 몸이었다면 이제 프로 선수의 몸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프로로서 몸 관리를 더 열심히 한다면 장타는 더 많이 나올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김하성의 활약이 만족스러우면서도 더 잘했으면 하는게 스승 염 감독의 바람. 스승의 눈에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 특히 8번타자가 너무 장타에 집착하는 모습은 아쉽다. 86타수에서 삼진이 무려 24개다. 공교롭게도 팀 4번타자 박병호와 타수, 삼진수가 같다. 염 감독은 "아직은 컨택트에 집중해야할 때인데 자기가 강정호인줄 안다. 야구하는 것을 보면 강정호를 따라하려 하는게 눈에 보인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장타 욕심에 타석에서 스윙이 매우 크다는 뜻. 염 감독은 "보통 홈런을 치면 슬럼프에 빠지는 타자들이 있다. 타격 밸런스가 완벽하지 않은데, 손맛을 보니 그 다음에도 스윙이 커져 밸런스가 흐트러지기 때문이다. 김하성은 아직 타격 밸런스가 완성된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컨택트에 더 집중해야 한다"라고 강조하며 "스피드라는 장점까지 갖췄다. 지금은 잔야구에 더 집중해야 한다. 잔야구에 더 집중하며 몸이 커지고, 힘이 좋아지고, 잘 갖다 맞히면 홈런 개수는 차츰차츰 늘어날텐데 지금은 본인 욕심이 많다"라고 진단했다.
염 감독은 마지막으로 "강정호도 1년 만에 툭 하고 튀어나온 선수가 아니다. 김하성이 그 부분을 잘 생각해야 한다"라는 조언을 진심으로 건넸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