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타짜' '도둑들' '관상'으로 우리 영화 사상 유례없이 단단한 여배우의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김혜수가 다시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그것도 그동안 우리 영화에서 보기 힘든 캐릭터로 말이다. 김혜수가 쉬지 않고 새로운 변신을 꾀한다는 것은 '차이나타운' 한 편으로 증명됐다.
"시나리오 때보다 영화 고유의 색깔은 잘 살았고 덜 마이너적이 됐다고 해야할까요. 좀 더 대중적이게 된 것 같아요." '차이나타운'을 극장 화면으로 처음 본 김혜수의 소감이다.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는 꽤 충격적이었어요. 이런 캐릭터를 이런 식으로 운영하는데 스토리를 꽤 힘이 있더라고요. 잔상이 많이 남고요. 정말 좋은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선택하기는 부담스러운 느낌이었죠."
메가폰을 잡은 한준희 감독은 김혜수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썼고 그를 캐스팅하기 위해 '삼고초려'했다는 것이 많이 알려졌다.
그의 말처럼 '엄마'라는 캐릭터는 쉽지 않은 역할이다. "영화 속 권력의 주체이고 공기만으로도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인물이예요. 불편한데 엄청난 에너지를 주는 느낌이 있어야 했죠." 그래서 여배우로서 결정하기 힘든 비주얼도 포기했다. "엄마는 오직 생존만을 위해서 거친 인생을 살아온 인물이잖아요. 그런 사람이면 얼마나 안팎으로 피폐해져 있을까를 생각했어요. 물론 여성성도 존재하기 힘들겠죠. 살아남는게 1차 목표니까요. 피부나 머리 스타일, 몸은 완벽히 방치해놓지 않았을까요. 살이 쪄서 몸은 무너져 내린, 그런 비정한 사람이 그대로 느껴지는 비주얼을 원했죠."
그리고 오로지 연기에만 집중했다. "어릴 때는 그랬던 것 같아요. 카메라에 얼굴 한번 더 비추는게 중요했죠. 그런데 그런거에 신경쓰다보면 연기가 작위적으로 되요. 분장이 어떻게 됐건 내 모습이 어떻건 간에 정말 집중해서 캐릭터에 맞는 연기를 해야죠. 이번 캐릭터를 위해서는 걸음걸이, 앉는 자세까지 움직임 하나하나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함께 연기한 후배 김고은에 대한 칭찬도 잊지 않았다. "놀라운 면이 많고 수시로 꽤 많이 감동했고 대견했어요. 작품을 이해할 수 있는 영민함이 있었고 작품이나 자기 캐릭터에 접근하는 태도 자체도 좋았고요. 현장에서의 집중력도 굉장했어요. 지금 제가 이렇게 얘기하면 교과서 같지만 실제로 현실에서 이런 것들을 갖추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거든요. 김고은이라는 친구는 '차이나타운'이라는 세고 어려운 작품을 만났는데 정말 잘해냈어요. 응원하고 싶고 앞으로고 기대되는 그런 배우죠."
김혜수는 최근 몇 년간 카리스마 있는 여성 연기를 많이 맡아왔다. "일부러 센 캐릭터를 하는 것은 아니에요. 그때 그때 하고싶은 것을 하거든요. 소신이 있다고 해서 되는게 아니라 만날수 있는 작품이 있어야 하죠. 가장 자연스럽게 마음의 흐름대로 하는게 맞는 것 같아요. 지금보다 어릴 때 아기엄마 역도 많이 했는데요.(웃음)"
'차이나타운'은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되며 한국에서의 흥행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원래 흥행이라는 건 잘 모르는 것 같아요. '관상'때도 사실 신도 몇 개 안됐어요. 특별출연으로 하자는 얘기도 있었지만 전 그런 것은 별로 거든요. 시나리오를 너무 재미있게 봤고 캐릭터가 마음에 들어서 했던 거지 비중하고는 상관이 없어요. 그래서 순서대로 크레딧도 쓰라고 했죠. 배우로서 매력을 느낄만한 캐릭터면 된거 아니에요. 그리고 작품은 흥행했고요."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