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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스타터 브라운, 과제는 주자있을때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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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타자 한 명이 차지하는 비중은 팀마다 다르다. 그러나 수십만달러, 많게는 100만달러 이상을 주고 데려온 선수가 '쥐죽은 듯' 하고 있다면 큰 피해가 아닐 수 없다. 현재 외국인 타자가 골칫거리인 팀은 한화 이글스, LG 트윈스, 두산 베어스, kt 위즈 등이다. 해당 타자들 모두 몸상태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1군서 제외돼 있다.

반면 롯데 자이언츠, KIA 타이거즈, NC 다이노스, 삼성 라이온즈는 외국인 타자들의 활약에 고무돼 있다. 여기에 SK 와이번스도 앤드류 브라운의 최근 활약이 반갑다. '골칫거리'가 될 뻔한 상황을 넘긴 모습이다. 브라운은 메이저리그 경험이 많지는 않다. 주로 마이너리그에서 풀타임을 뛰었다. SK는 브라운이 최근 몇 년간 부상 경력이 없고, 마이너리그에서 정확성과 파워를 뽐냈다는 점에 매료돼 계약을 했다. 전지훈련서도 성실한 훈련 태도와 적응 노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시즌 초 페이스가 좋지 않았다. 지난 3월 29일 삼성전에서 만루홈런 등 5타점을 올리며 화려하게 출발했지만, 이후 활약은 침묵 수준이었다. 볼넷은 꾸준히 얻어 출루율은 괜찮았지만, 안타를 치는 날보다 못치는 날이 많았다. 잊을만 하면 터뜨리는 홈런도 주자가 없을 때 나왔고, 득점권 타율은 '0'에 가까웠다. 전지훈련서 브라운에 대해 부러운 시선을 보냈던 다른 팀들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15~20경기 정도 하면 용병 타자들의 실력은 대충 나온다. 지금쯤은 뭔가 보여줘야 한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는 것 아니냐"는 의견까지 나왔다.

그러나 김용희 감독은 "아직 적응 과정이라고 보고 있다. 타구의 질은 분명 다른 선수들과 다르다. 곧 감을 찾을 것"이라며 인내심을 보였다. 브라운이 마침내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26일 대전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서 4타수 4안타 2타점을 올렸다. 시즌 6호 홈런도 터뜨렸다. 국내 데뷔 이후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최근 5경기 연속 안타 행진이다. 1할대에 머물던 타율이 2할5푼7리까지 올랐다.

이날 한화전에서는 타격감이 가파른 상승세임을 보여주는 타격이 나왔다. 3-4로 뒤진 8회초 언더핸드스로 정대훈의 135㎞짜리 높은 직구를 밀어쳐 우중간 담장을 훌쩍 넘겼다. 우타자의 경우 우중간, 좌타자의 경우 좌중간 장타를 터뜨릴 경우 타격감이 절정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것도 오른손 언더핸드스로를 상대로 쳐냈으니 상승세의 타격감임을 부인할 수 없다. 상대 김성근 감독은 브라운의 예봉을 꺾을 목적으로 정대훈 카드를 올렸다. 이날 브라운이 터뜨린 안타 4개는 모두 배트 중심에 정확히 맞힌 것이다.

공교롭게도 타순이 5번으로 밀리면서 맹타가 나오고 있다. SK는 최 정이 팔꿈치 통증을 호소해 25~26일 이틀 연속 중심타선을 평소와 다르게 구성했다. 4번 이재원, 5번 브라운 순서였다. 브라운은 이틀 연속 멀티히트를 쳤고, 홈런과 타점을 뽑아냈다.

브라운은 이날까지 득점권 타율이 9푼5리(21타수 2안타), 주자가 있을 때 타율은 1할7푼1리(41타수 7안타)에 불과하다. 타점이 12개 밖에 안된다. 주자가 없을 때의 타율 3할6푼4리(33타수 12안타)와 비교되는 수치다. 홈런 6개 가운데 솔로포가 5개나 된다. 아직은 '나홀로 타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자가 있을 때, 상대의 견제가 커질수록 맹타가 필요하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