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눕지는 않았어. 앉기만 했지."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이 애제자 김기태 KIA 타이거즈 감독의 '와식 항의'에 대한 평가를 내렸다.
김 감독은 21일 잠실 LG 트윈스전을 앞두고 "김기태 감독이 안닮아도 되는 것을 닮았다"라며 껄껄 웃었다. 김기태 감독은 15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심판의 판정에 항의하는 차원으로 그라운드에 뛰쳐나가 땅에 드러누워 설명을 하는 이색 장면을 연출했다. 당시 상대 주자가 3피트 룰을 어겼지만, 심판이 세이프를 선언했다는 것이 항의의 골자였는데 그 주자가 얼마나 벗어났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직접 그라운드에 누운 것이다. 감독이 그라운드에 뛰쳐나가 심판에게 격한 항의를 하는 것은 종종 볼 수 있지만, '와식 항의'를 한 것은 좀처럼 볼 수 없었던 희귀 장면이었다.
항의하면 젊은 시절 김성근 감독도 일가견이 있었다. 김성근 감독은 김기태 감독의 항의에 대해 "안닮아도 되는 것을 닮았다"라고 말하며 "그래도 난 눕지는 않았다. 앉기만 했다"라고 해 큰 웃음을 선사했다. 항의만 놓고 보면 김기태 감독이 '청출어람'을 보여준 것이다.
김성근 감독은 "김기태 감독이 이제 예전 감독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당시 판정 장면을 화면으로 보니 3피트 라인 안에 주자 다리는 있더라. 그래도 김기태 감독은 벌금을 내지 않아 다행"이라고 했다. 김성근 감독은 지난 12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나온 사구, 벤치클리어링 사건으로 인해 '선수단 관리 소홀' 명목으로 300만원의 벌금을 내게 됐다. 웃기면서 슬픈 뼈있는 농담이었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