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를 찌른 도루였다. 하지만 공식 기록은 도루가 아니었다.
NC 다이노스 1번타자 박민우는 7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원정경기에서 9회초 2루와 3루를 연거푸 훔쳤다. 5-3으로 앞선 9회초 선두타자로 나서 몸에 맞는 볼로 1루를 밟은 박민우는 이종욱 타석 때 2루 도루에 성공했다.
이종욱은 5구만에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공이 내야로 들어온 뒤, 박민우는 KIA 구원투수 홍건희가 방심한 틈을 타 3루로 내달렸다. 슬금슬금 2루에서 리드폭을 키우더니, 홍건희의 시야가 반대편을 향했을 때 기습적으로 3루로 뛰었다.
홍건희는 로진백을 잡기 위해 허리를 숙였다가 봉변을 당했다. 하지만 공식 기록은 도루로 인정받지 못했다. 무엇 때문일까.
경기 후 이주원 기록원은 "투수의 투구와 관련된 플레이가 아니라 도루로 보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인플레이 상황은 맞지만, 도루로 인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는 "3루수는 잔디 쪽으로 물러나 있었고, 투수는 로진백을 만지고 있었다. 플레이 상황이라기 보다, 다소 루즈한 상황에서 벌어졌다. 그래서 도루를 주지 않았다. 무관심 진루도 아니다"고 말했다.
규정에 명시된 부분이 아니기에 이런 경우, 기록원의 판단에 따라 공식 기록이 주어지게 된다.
박민우는 이 상황을 모르고 경기장을 떠났다. 경기 종료 후 "도루가 맞지 않느냐"며 "지난해에도 두 번 이렇게 뛰었다"고 했던 그다. 상대의 허를 찔렀지만, 공식 도루로 인정받지 못해 다소 아쉬움이 남게 됐다.
광주=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