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분하고 너무 억울합니다!"
억대 해외 원정 도박설에 휘말린 '트로트의 황제' 태진아(62)가 기자회견을 열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태진아는 24일 오후 1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용산구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일주일간 전국을 떠들석하게 만들었던 원정 도박 관련 보도에 대해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태진아는 "저는 억대 도박을 하지 않았다"라고 격앙된 목소리로 말문을 연 뒤 "내가 번 돈으로 가족과 여행을 가는게 꿈이었다. 내 생일을 앞두고 나, 아내, 큰아들, 작은아들, 며느리, 손자 등 6명이 미국으로 여행을 갔다가 재미 삼아 카지노에 간 것이다. 나는 억대 도박을 안했다. 또 아들 이루는 도박을 하지도 않았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미국에서 태진아 가족에겐 무슨 일이 있었나?
태진아의 억대 도박설이 처음 제기된 것은 지난 18일 미국 소재의 한 주간지가 보도하면서 부터다. 이후 국내 언론들이 경쟁적으로 보도를 하며, 여러 혼선이 생겼던 것이 사실. 그 과정에서 태진아가 말 바꾸기를 했다는 보도까지 나오며 여러 의문이 추가로 발생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태진아 가족의 미국 여행 중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사실부터 명확히 정리가 이루어졌다.
태진아 가족이 미국으로 떠난 건 지난달 15일. 일주일 동안 머물며 LA와 라스베이거스를 돌아보고 오는 일정이었다. 이 기간동안 태진아가 카지노를 찾은 것은 총 4차례. 첫번째 방문은 2월 15일(이하 현지시각). LA 소재 '허슬러 카지노'에서 약 1시간 동안 머물렀다. 이날 태진아는 약 1000달러를 칩으로 바꿔, 5000달러 정도를 딴 것으로 알려졌다.
두번째 방문은 이틀 후인 17일. '할리우드 파크 카지노'를 찾았다. 약 3000달러로 시작해 1500달러를 땄다고 밝혔다.
나머지 두 차례는 라스베이거스에서 였다. 라스베이거스는 호텔 로비에 카지노가 설치되어 있는데, 태진아는 별도의 카지노가 아닌 투숙 중이던 호텔의 카지노에서 2차례 게임을 즐겼다. 이 곳에서는 1500달러를 칩으로 바꿔 500달러를 땄다.
결국 태진아는 미국 여행 기간 중에 7000달러(772만원) 정도를 벌었을 뿐, 언론에 전해진 것 같이 억대의 도박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초 보도 美 주간지 대표, 통화 녹취 공개돼. 대부분이 거짓과 충격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태진아의 주장을 뒷받침 하기 위한 중요 증거들이 공개됐다.
태진아는 그동안 이번 '억대 도박설'을 최초 보도한 미국의 주간지로부터 금전적 보상을 해달라는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구체적 증거를 제시하지 않아 사실 여부에 관심이 모아졌다. 금전적 협박설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이번 논란의 출발점 자체가 의심을 받을 수 있는 만큼 가장 중요한 증거라 할 수 있는 상황.
태진아 측은 이날 미국 주간지와 금전적 보상 얘기를 나눴다는 LA 거주 하워드 박과의 영상 인터뷰와 보상 요구 녹취록을 공개했다. 또 태진아가 출입한 것으로 전해진 카지노의 총지배인과의 전화 통화를 통해 출입 당시의 상황을 보다 구체적으로 들려줬다.
하워드 박은 영상 인터뷰에서 "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 주간지 대표와 통화했던) 녹취록을 가지고 있다. 분명하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증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떠한 액션도, 모든걸 제가 감수하고 책임지고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대답하고 싶다"고 자신있게 밝혔다.
공개된 녹취록의 내용은 충격 그 자체였다. 이 통화는 최초 보도가 있기 열흘 전에 이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녹취록 속 통화 상대인 미국 시사주간지 대표 S씨는 "(태진아 씨가) 특별 VIP룸 거기서 (도박을) 했다. 한방에 300만원씩 찍었다네. 그거를 하루 저녁 했으니까 얼마를 했을까. 생각해봐 계산이 얼마나 나오겠어. 적어도 5만~10만달러 이상은 날아갔을거다"며 "그러면 우리는 기사를 어떻게 쓰냐. 10만 달러면 얼마야 1억이지. 1억대 도박이라고 쓰는 줄 알아? 그렇게 안쓴다. 횟수 곱하기 시간 해가기고 백억대 도박판 이렇게 기사가 나가는거야"라며 기사가 부풀려 질 수 있음을 알리며 협박했다.
통화 말미에는 금전적 요구를 직접 털어놓았다. "내가 요구할 것은 우리 회사에 (태진아씨가) 주주로 좀 참여를 해주면 제일 좋지. 물론 정식으로 주식을 발행해 주겠다"며 "최하 20만불은 (투자)해주면 좋겠는데. 2억2000만원이면 얼마 돈도 안되는데 뭐"라고 밝혔다.
이어 "(투자)하게 되면 (태진아씨에게도) 여러가지로 도움이 될것이다. 돈 얘기는 영원히 비밀로 해줘라. 이거 나가게 되면 또 약점이 되는거잖아. 극비리에 해줘라"라고 덧붙였다.
▶태진아, "심려 끼쳐 죄송. 카지노 쪽 쳐다보지도 않을 것"
태진아는 이날 기자회견 도중 수차례에 걸쳐 눈물을 보였다. 녹취록이 공개된 뒤 "여러분 들었지요? 돈 달라고 했잖아요. 그런데 오늘 아침까지도 돈 달라고 협박 안했다고 한다"며 "이 매체는 2탄 보도를 예고했는데 백억대 도박을 했다고 쓸 것이다"라며 울음과 함께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진 카지노 총지배인과의 전화 통화 말미에도 태진아는 눈물을 흘렸다. 총지배인은 "보도를 본 뒤 내가 먼저 (태진아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가 보고, 내가 듣고 여러가지로 생각해봤을 때 이런 누명을 쓰셨다는게 안타까워서 자진해서 도움을 드리고 싶어서 였다"며 "억대 도박이라는 것은 절대로 없던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태진아가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하는 동안에도 수시로 언급한 것은 아들 이루였다. 태진아는 "이루도 도박을 했다고 하는데 터무니 없는 소리다. 이루는 주차장에 있다가 나를 보기 위해 잠시 카지노에 들어왔을 뿐이다"며 "그런데 이루가 도박을 했다니 정말 기가 막힌다"고 진실을 알려줄 것을 당부했다.
기자회견 말미에 태진아는 "그 매체의 주장 중 사실은 단 하나다. 내가 카지노에 갔다는 거다. 나머지는 모두 다 소설이다"며 "이유야 어찌됐든 제게 과분한 사랑을 보내주신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 다시는 카지노 쪽으로는 쳐다보지도 않겠다"고 말했다.
한편 태진아 측은 이날 기자회견 이후 최초 보도매체를 상대로 민형사상의 법적 절차를 밟을 예정임을 밝혔다. 미국 현지 변호사에게 의뢰해 미국에서도 법적인 책임을 물을 것이며, 미국 법원을 통해 해당 카지노의 CCTV 자료를 확보해 필요할 경우 공개할 계획도 공개했다.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