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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제라드의 용기, '38초 퇴장'에 대처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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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 캡틴' 스티븐 제라드(35)가 맨유전 후반 교체 38초만에 최악의 레드카드를 받아들었다. 자신의 마지막 '레드 더비'에서 평생 잊지 못할 뼈아픈 순간을 맞았다.

리버풀은 22일(한국시각) 영국 리버풀 안필드서 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0라운드 홈경기에서 맨유에 1대2로 패했다. 제라드의 퇴장 이후 수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무너졌다.

올시즌을 마지막으로 미국프로축구(MLS) LA갤럭시로 이적할 예정인 제라드는 마지막 맨유전에서 예기치 않은 퇴장 굴욕을 당했다. 리그 5위 리버풀과 4위 맨유의 승점차는 불과 2점, 4강 진입을 놓고 홈에서의 승부에 사활을 걸었다. 전반 14분 마타에게 선제골을 허용하며 0-1로 뒤진 상황, 후반 시작과 함께 애덤 랄라나와 교체돼 그라운드에 들어선 제라드의 과욕이 화를 불렀다. 불과 38초 만에 맨유 에레라의 발을 고의로 밟는 파울을 범했고,주심은 지체없이 레드카드를 빼들었다. 리버풀은 후반 14분 마타에게 추가골을 허용했고, 10분 후인 후반 24분 스터리지가 만회골을 터뜨리며 분전했지만 끝내 승부를 뒤집지는 못했다.

경기후 제라드는 동료들과 리버풀 서포터들을 향해 진심어린 사과의 뜻을 표했다. 영국 스포츠 전문매체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제라드는 "이 상황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옳은 판정이었다"라는 말로 심판 판정을 존중했다. "나는 오늘 팀 동료들과 감독님을 실망시켰다.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 서포터들을 실망시켰다는 점이다. 오늘 내 행동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퇴장 상황에 대해 제라드는 "나는 에레라의 태클에 점프를 하려고 했었다. 그의 스터드가 들어오는 것을 봤는데, 내 리액션이 잘못됐다.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경기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특히 후반 45분 교체를 위해 들어온 선수가, 승부를 되돌릴 큰 기회를 살리기 위해 어떻게 경기해야 할지 알고 있다. 그러므로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며 겸허하게 잘못을 시인했다.

에레라의 발을 밟은 행위에 대해 제라드는 "나도 모르겠다. 원래는 태클에 대한 리액션이었는데… 지금 상황에서 거기에 대해 너무 많은 얘기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며 말을 아꼈다. "나는 단지 동료들과 리버풀의 모든 서포터들에게 사과를 하기 위해 이자리에 섰다. 오늘의 결과는 전적으로 내 책임이기 때문"이라며 거듭 고개를 숙였다.

'38초 퇴장'은 아쉬웠지만, 제라드의 즉각적이고 공식적인 사과와 잘못에 대한 인정, 진심어린 반성은 인상적이었다. 브랜든 로저스 리버풀 감독 역시 찬사를 보냈다. "퇴장 판정을 받은 선수가, 공개석상에 나와 사과를 한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제라드는 아마도 전반전 우리 경기를 보며 태클이 없는 상황이 아쉬웠을 것이다. 적어도 제라드는 저렇게 훌륭하게 사과를 할 줄 아는 남자다"라며 제라드의 용기를 칭찬했다.

로저스 감독은 제라드를 비난하거나 원망하지 않았다. "제라드는 훌륭한 선수이고, 팀이 뒤진 상황에서 그라운드에 나서자마자 팀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뜻이 컸을 것이다"라고 이해했다. "나는 제라드를 비난하고 싶지 않다. 내가 감독 생활을 하는 내내 그는 훌륭한 선수였고, 축구에서 이런 일은 종종 일어난다. 우리 팀을 전체적으로 봐줬으면 한다. 오늘 같은 빅매치에서 10대11의 수적 열세속에 0-2로 밀리는 상황, 체력이 바닥난 상황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만회골을 터뜨리며 싸웠다. 우리 선수들에게 존경심을 표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늘은 운이 좀 따르지 않았지만, 우리는 계속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