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화났다. 하나뿐인 딸을 위해 분연히 일어선 젊은 엄마. 다시 교복을 입고 학교로 돌아가 교육 현실에 통쾌한 어퍼컷을 날린다.
배우 김희선이 MBC 수목극 '앵그리 맘'에서 고교 시절 전설의 일진 출신 젊은 엄마 조강자 역을 맡아 학교 폭력의 피해자가 된 딸을 지키기 위해 다시 학교로 돌아간다. 실제로 일곱 살 딸의 엄마라 이번 작품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남다르다.
17일 서울 상암동 MBC 신사옥에서 열린 '앵그리 맘' 제작발표회에서 김희선은 "아이를 키우고 있어서 엄마 역할이 와닿지 않는 건 아니지만, 그동안 내가 몰랐던 또 다른 모성애를 느끼게 되더라"고 촬영 소감을 전했다. 그는 "딸이 7살인데 유치원에서도 왕따 비슷한 문화가 있더라"며 "만약 내 딸이 비슷한 일을 당한다면 나는 조강자보다 더할 것 같다. 세상 모든 엄마가 다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남일 같지 않아서 촬영하면서 씁쓸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방송에 앞서 공개된 김희선의 교복 사진은 큰 화제를 모았다. 교복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동안 미모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김희선은 '푸핫' 웃음을 터뜨리며 "요즘 교복이 그렇게 짧은 줄 몰랐다. 항상 속바지를 입는데도 치마 밖에서 다 보인다. 블라우스는 얼마나 타이트한지 속옷을 많이 입으면 단추가 안 잠길 정도라 적응이 잘 안 된다"고 20년 만에 입은 교복에 어색해했다.
김희선은 "엄마의 마음으로는 치마도 길게, 윗옷도 넉넉하게 입히고 싶다"며 "교단에서 아이들의 짧은 교복 속이 보이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게 엄마 마음인 것 같다"고 했다.
'여신 미모'로 한 시대의 아이콘이었던 김희선은 최근 다양한 연기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전작 KBS2 주말극 '참 좋은 시절'에서 걸죽한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생활력 강한 여주인공을 연기했고, 이번 '앵그리 맘'에서도 불같은 성격에 욕설을 입에 달고 사는 억척 엄마로 변신한다. 김희선은 "처음엔 결혼했기 때문에 이런 역할을 제안 받는 건 아닌가 처음엔 좀 망설이기도 했지만, 막상 연기를 해보니 너무나 편하다"고 했다. 또 "예전에는 인형처럼 눈물만 흘렸는데 지금은 눈물 콧물 다 흘린다. 최근에 병원에서 오열 신을 촬영 했는데, 콧물이 너무 많이 나오더라. 이게 딸을 생각하는 엄마의 마음이구나 하는 걸 깨달았다. 촬영하면서 인생을 배우는 것 같다"고 이 드라마에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드라마 제목 '앵그리 맘'은 사회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엄마들을 가리키는 용어다. 지난해 4월 세월호 사건 이후 사회 전면에 등장했다. 지난해 6·4 지방선거에서 진보교육감들을 대거 탄생시키고, 올해 초 보육교사의 아동 폭행 사건이 크게 이슈화된 배경에 앵그리맘이 존재한다. 드라마 '앵그리맘'은 이런 세태를 반영한다.
김희선은 "이 드라마가 어려운 주제를 다루지만 학교 폭력이 근절될 거란 생각은 안 한다. 단지 좀 더 주위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바람을 보탰다.
'앵그리 맘'은 한때 '날라리'였던 젊은 엄마가 다시 고등학생이 돼 한국 교육의 문제점을 정면으로 마주하면서 헤쳐나가는 통쾌 활극이다. 2014 MBC 극본공모 미니시리즈 부문 우수상 작품으로 김희선, 지현우, 김유정, 김태훈, 오윤아, 박영규, 김희원, B1A4 바로 등이 출연한다. '킬미, 힐미' 후속으로 18일 첫 방송된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