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KIA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은 윤석민(29), 선발로 쓸 것인가, 마무리로 내세울 것인가.
행복한 고민이 아니라 쉽지 않은 선택이다. 윤석민이 합류해 든든해진 KIA 타이거즈 마운드다. 그런데 그가 합류하면서 타이거즈가 '윤석민 활용법'을 놓고 고민하게 됐다.
몸 상태, 구위는 합격점을 받았다. 마이너리그 캠프 합류를 앞두고 있던 윤석민은 미국에서 7차례 피칭을 하고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귀국 직후인 지난 8일 전남 함평 KIA 2군 훈련장에서 하프피칭을 할 정도로 의욕이 넘친다. 윤석민은 두 차례 불펜 피칭을 거쳐 지난 주말 시범경기 LG 트윈스전에 등판해 1이닝 무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직구 최고 147km까지 나왔다. 비교적 긴 공백을 감안하면 상당히 위력적인 구위였다. 윤석민 은 "이 정도까지 스피드가 나올 줄은 몰랐다"고 했다.
지난해 볼티모어 오리올스에 입단한 윤석민은 마이너리그 트리플 A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첫해에 직구 스피드가 140km대 초중반으로 떨어졌고, 슬라이더도 위력을 잃었다. 입단이 늦어지면서 훈련을 충분히 하지 못해서다. 하지만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일찌감치 새로운 시즌을 준비했고, 이런 노력이 결과로 나타났다. 김기태 감독도 윤석민의 첫 실전피칭에 대해 "상당히 위력적이었다"며 140km 후반의 직구 스피드를 강조했다.
윤석민은 시범경기에 1~2차례 더 등판할 예정이다.
그런데 마운드 밑그림이 흔들리면서 KIA의 고민이 시작됐다. 마무리 심동섭이 믿음을 보여주지 못하고, 4~5선발 후보들도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기존 전력이 자리를 잡았다면 윤석민은 일종의 보너스 카드가 될 수 있고,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KIA 마운드 상황이 그리 좋지 않다. 곳곳에 구멍이 보인다.
김 감독은 "경기가 없는 휴일인 16일 윤석민은 어떻게 쓸 지 하루종일 고민했다. 이대진 투수코치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고 했다.
투수 보직 모두 오느 것 하나 쉽게 생각할 수 없지만, 특히 마무리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마무리가 1~3선발 이상으로 중요하다는 게 김 감독의 생각이다. 그렇다고 양현종, 필립 험버, 조쉬 스틴슨 외의 선발진이 확실한 것도 아니다. 기대했던 임기준과 임준섭 등 선발 후보들이 신뢰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변수는 또 있다. 또다른 선발 후보인 김진우가 4월이면 합류가 가능하다. 또 김병현도 선발 준비를 하고 있다. 이런 타이거즈 투수진의 복잡한 상황이 맞물려 윤석민의 보직이 결정될 것으로 보이다.
김 감독은 "윤석민이 지난해 미국에서 5이닝 이상을 던진 경기가 거의 없었다. 이런 점도 감안을 해야할 것 같다"고 했다.
윤석민은 지난 해 볼티모어 산하 트리플 A팀인 노포크 타이즈에서 23경기(18경기 선발 등판)에 등판해 4승8패, 평균자책점 5.74를 기록했다. 시즌 후반기에 전력에서 제외되면서 100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