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스가 반격에 성공했다.
10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KCC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6강(5전3선승제) 2차전에서 오리온스를 76대72로 눌렀다. 1차전에서 대패한 오리온스는 설욕에 성공하며 1승1패가 됐다. 3차전은 12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다.
오리온스 입장에서는 너무나 귀중한 1승이었다. 게다가 오리온스 실험이 성공했다. 에이스의 건재함(길렌워터)과 함께 새로운 해결사 한호빈(7득점)을 얻었다. LG는 데이본 제퍼슨(22득점, 10리바운드, 8어시스트)과 김종규(22득점, 4리바운드)가 맹활약했지만, 4쿼터 체력전에서 밀렸다.
●1쿼터=길렌워터의 반격
오리온스 길렌워터는 강렬했다. 1쿼터 시작하자 마자 3점슛 2방을 포함, 연속 14점을 넣었다. 슈팅 감각이 워낙 좋았다.
가장 눈에 띈 변화는 제퍼슨에 대한 수비. 외곽에서 볼을 잡은 제퍼슨을 일단 이승현이 밀착마크, 골밑으로 들어오면 길렌워터가 체크하는 방식.
영리한 제퍼슨은 스타일에 변화를 줬다. 순간적으로 더블팀이 들어오자. 팀동료에게 날카로운 패스를 했다. 김시래의 골밑슛, 김종규의 속공 앨리웁 덩크로 연결됐다. 두 선수의 움직임도 좋았다. 외곽에서 3점포를 꽂아넣었다. 1차전에서가동하지 못했던 3점포. 하지만 분위기 전환에는 실패. 오리온스 전술변화가 효과적이었다. 24-17, 오리온스 리드. '길렌워터 쿼터'였다.
●2쿼터=드디어 움직인 문태종
LG는 제퍼슨 대신 크리스 메시를 투입했다. 오리온스가 기선을 잡을 수 있는 찬스.
하지만 LG에게 추격을 허용했다. 미스매치의 승리. LG는 파워가 좋은 메시의 골밑슛이 연속으로 터졌다. 반면 오리온스는 메시의 투입으로 헐거워진 외곽을 공략하는데 실패했다. 오리온스의 고질적인 약점과 연결돼 있다. 긴장감이 줄어들자, 활동량 자체가 줄었다. 더욱 적극적 움직임으로 확률 높은 3점 혹은 미드 레인지 슛이 필요했다. 그러나 단절된 패스가 많았다. 결국 4분여를 남기고 투입된 제퍼슨의 패스로 연결된 문태종의 3점포 2개가 터졌다. 1차전 부진했던 문태종이 슬슬 움직이기 시작했다. 38-37로 LG가 역전에 성공. 전반전 가장 인상적인 선수는 오리온스 이승현. 보이진 않았지만, 효과적인 수비로 제퍼슨의 저돌적 골밑 돌파를 막았다. 공수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충분히 했다.
●3쿼터=김종규의 위력
처절한 체력전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수비의 집중력이 극대화된 상태. 때문에 상대의 자그마한 미스매치에 집중했다.
제퍼스는 너무나 노련했다. 오리온스의 수비 변화에 적응한 그는 돌파 후 비어있는 팀동료를 활용했다. 제퍼슨과 김종규의 하이-로 게임(자유투 라인 부근 하이포스트에 제퍼슨이 위치, 골밑인 로 포스트에 김종규가 위치, 적절한 패싱게임으로 골밑을 노리는 부분 전술)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그런데 오리온스는 허일영의 3점포가 터졌다.
그러자 LG 김 진 감독은 문태종을 빼고 가드 유병훈과 정창영을 번갈아 투입했다. 움직임이 느린 문태종때문에 생기는 외곽슛 찬스를 막기 위한 투 가드 시스템의 전환이었다. 그러자 유병훈과 정창영이 번갈아 막는 허일영이 미스매치를 노리며 포스트 업을 시도했다. 이 부분은 효과적이었다. 허일영은 3쿼터에만 9득점을 집중했다. LG는 제퍼슨을 중심으로 계속 공격했다. 그런데 더블팀으로 막히는 순간, 김종규에게 지체없이 패스를 연결했다. 약간의 빈틈이 보이면 플로터로 골밑을 공략하기도 했다. 제퍼슨의 위력이었다. 김종규의 파고드는 순간적인 움직임도 매우 효율적이었다. 제퍼슨이 실패한 공격을 그대로 팁-인으로 연결했고, 날카로운 컷인으로 덩크슛을 터뜨렸다. 결국 LG가 56-52, 4점 차 리드. 김종규가 12점(야투율 86%)을 몰아넣었다. 더욱 노련해진 김종규의 높이의 힘을 실감케하는 3쿼터.
●4쿼터=오리온스를 살린 한호빈
LG에 행운이 이어졌다. 김종규가 메시에게 연결한 패스가 그대로 림으로 들어가 버렸다. 하지만 오리온스는 길렌워터가 메시의 좁은 수비범위를 공략, 3점포와 미드 레인지 점프슛을 연달아 꽂아넣었다.
이때 다시 투입된 제퍼슨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두 명의 집중마크를 뚫고, 특유의 체공력을 이용한 골밑슛을 성공시켰다. 반칙을 범한 길렌워터는 파울트러블(4반칙)에 걸렸다. 상황은 오리온스에게 불리해지기 시작했다.
곧이어 제퍼슨이 김종규를 겨냥해 랍 패스를 했다. 길렌워터의 5반칙을 유도를 노린 의도적 패스. 결국 김종규가 잡은 뒤 골밑슛을 성공시켰다. 스코어는 조금씩 벌어지기 시작했다. 65-59, LG의 6점 차 리드.
남은 시간은 7분8초. 시리즈 전체를 볼 때 가장 중요한 순간 중 하나였다. 2차전을 패하면 너무나 불리해지는 오리온스의 분명한 위기.
하지만 오리온스는 물러서지 않았다.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LG가 제퍼슨에 의존한 채 움직임이 일시적으로 둔화된 반면, 오리온스는 한호빈과 전정규가 날카롭게 돌파, 미드 레인지 점프슛을 성공시켰다. 그리고 4차례의 패스에 의한 한호빈의 3점포가 터졌다. 경기종료 3분35초를 남기고 68-67로 역전. 순식간에 전세와 분위기를 역전시켰다.
이때 LG는 문태종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승현의 밀착수비가 한 순간 비어있는 틈을 타 3점포를 작렬시켰다. 결국 경기종료 2분42초를 남기고 70-70. 원점에서 다시 시작. 이 과정에서 7득점을 집중한 한호빈의 활약은 매우 강렬했다.
기세가 오른 오리온스는 김동욱의 골밑돌파에 의한 자유투 2득점, 길렌워터의 속공득점으로 재역전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문태종의 뼈아픈 패스미스, 제퍼슨의 3점슛 실패가 있었다.
그리고 애매한 장면이 나왔다. 길렌워터가 잡은 공을 제퍼슨과 김종규가 재빨리 더블팀으로 감쌌다. 그런데 뒤에서 수비하던 김종규의 파울을 불었다. 김종규가 손을 앞쪽으로 갖다댄 것은 맞지만, 접촉은 그리 심하지 않았다. 심판의 재량이긴 했지만, 플레이오프에서 몸싸움에 관대해진 점을 감안하면, 그대로 놔둬도 괜찮은 장면이었다.
길렌워터는 자유투 1개만을 성공. 스코어는 75-72. 남은 시간은 50.6초. 김영환의 3점포가 림을 빗나갔다. 제퍼슨의 3점포도 림을 통과하지 못했다. 결국 4점 차 오리온스의 승리.
오리온스가 의도한 제퍼슨에 의한 변형수비. 여기에 따른 체력전에서 오리온스가 성공했다. 제퍼슨도 '사람'이었다. 1쿼터부터 강력한 더블팀에 의한 압박에 효과적 대응을 했다. 하지만 4쿼터 승부처에서 체력적 약점으로 연결됐다.
정신력과 집중력에서도 오리온스가 LG를 앞섰다. LG는 4쿼터 중반부터 급격히 체력 난조를 보이며 오리온스의 강력한 압박에 무너졌다. 이날 수훈갑은 길렌워터였다. 무려 37득점, 9리바운드를 폭발시켰다. 또 하나, 4쿼터 오리온스를 극적으로 살린 선수는 한호빈이었다. 시리즈를 좌우하는 절체절명의 승부처에서 그는 과감한 공격으로 침몰직전의 오리온스호를 구했다. 창원=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