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책임감있는 모습을 보여드려야죠."
지난해 11월 일본 미야자키 휴가시에 마련된 KIA 타이거즈 마무리캠프. 볼티모어 마이너리그 소속의 윤석민(29)은 친정팀의 배려로 옛 동료들과 함께 개인 훈련을 하고 있었다. 신분은 불안했지만, 여유와 자신감이 넘쳐났다. "2015년에 마지막 승부를 걸어보겠습니다."라고 메이저리그 승격에 온 힘을 쏟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로부터 4개월. 윤석민의 도전은 결국 실패했다. 스프링캠프 초청선수 명단에도 들지 못하면서 입지가 흔들린 그는 결국 미국까지 날아온 친정팀 KIA의 러브콜을 받아들였다. 지난해 1월 볼티모어와 계약한 뒤 약 14개월만에 다시 '호랑이 군단'으로 돌아온 것이다.
지난 6일에 귀국한 윤석민은 빠르게 팀의 일원으로 녹아들고 있다. 당초 예정보다 하루 정도 빠르게 팀에 합류했고, 지난 9일부터는 포항 원정에 동행하며 실전등판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그런 윤석민이 10일 KIA 유니폼을 입고 첫 불펜 피칭을 완료했다. 경기가 취소될 만큼 추운 날씨였지만, 42개의 공을 신중히 던졌다. 평가는 대체로 좋았다. 김기태 감독과 조계현 수석코치, 이대진 코치 등이 윤석민의 첫 불펜투구를 지켜본 뒤 "몸을 잘 만든 것 같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피칭 후 정리 훈련을 마친 윤석민은 간단한 미니인터뷰를 진행했다. 4개월 전, 휴가에서 만났을 때보다는 다소 가라앉은 분위기. 날씨 탓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갑작스러운 한국 복귀에 대해 윤석민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윤석민은 가능한 한 말을 아꼈고, 신중히 단어를 선택했다.
그는 우선 이날 피칭에 대해 "날씨가 무척 추워서 처음에는 (불펜피칭을) 안하려고 했다가 던졌다"면서 "막상 던져보고 나니 생각보다 (페이스가) 괜찮았고, 밸런스도 잘 맞았어요"라고 밝혔다. 김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취재진의 이목이 집중된 피칭. 윤석민은 나름 만족해하고 있었다.
이어 윤석민은 자신의 컨디션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윤석민은 "지난해 9월1일 이후 실전에 나서지 않아 감각이 좀 떨어진 부분이 있을 수도 있는데, 일단 그 점을 끌어올려야 할 것 같아요. 하지만 최근 4개월 간 계속 몸을 만들어왔기 때문에 체력이나 페이스에서는 문제가 없어요"라고 말했다.
팀 복귀에 대한 소감도 빼놓지 않았다. 윤석민은 "9년 동안 몸담았던 팀인데, 1년 만에 돌아오니 또 어색하더라고요. 그래도 예전 동료들, 양현종이나 심동섭 등이 많이 반겨줘서 금세 적응됐어요"라면서 "전에 비해 팀 분위기가 많이 밝아진 것 같네요"라는 소감을 덧붙였다.
하지만 윤석민은 향후 보직이나 목표 등에 관해서는 말을 아꼈다. 윤석민은 "보직은 지금 제가 얘기할 입장이 아닌 것 같네요. 사실 한국에 돌아온 것에 대해 비판 여론도 많이 있었잖아요. 그래서 지금 섣불리 목표를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야구나 야구 외적인 면에서 모두 책임감을 갖고 모범이 되도록 해야할 것 같아요"라고 다짐했다. 윤석민은 여러번 '책임감'이라는 단어를 언급했다.
꿈을 향한 도전을 멈춘 것이 아쉽기도 하고, 또 그에 대한 비난이 아프기도 한 것 같았다. 그래서 윤석민은 더 신중해질 수 밖에 없다. 그는 "2011년에 잘 했던 때처럼 다시 던지고 싶네요. 좋은 결과가 나오도록 책임감있는 모습을 계속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꼭 우승을 다시 해보고 싶어요."라고 인터뷰를 마쳤다.
포항=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