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되면 완벽한 '대세'다. TV에서 스크린에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강하늘 얘기다. tvN 드라마 '미생'의 장백기 캐릭터로 스타덤에 오른 강하늘은 영화 '쎄시봉' '순수의 시대' '스물'에 연이어 출연하며 이른바 '대세 인증'을 하고 있다. '쎄시봉'에서 댄디한 윤형주 역을 맡았던 그는 '스물'에서는 찌질한 모범생 캐릭터를, 그리고 '순수의 시대'에서는 철없고 욕망에 가득한 왕의 사위 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연이어 개성 강한 캐릭터를 무리 없이 소화하며 자신의 필모그라피를 깔끔하게 쌓아올리고 있는 그를 만나봤다.
사실 '순수의 시대' 속 진은 신인이 연기하기 쉬운 캐릭터는 아니다. 오로지 자신의 욕망과 욕정을 채우기 위해 악행도 서슴지 않는 인물이다. 연기 내공이 많은 이들도 쉽게 연기하기 어려울 만하다. "시나리오를 읽었는데 진의 야망 사랑 욕정에 대해 잘 표현돼 있더라고요. 부마(왕의 사위)라는 자리에 있지만 사실 진이라는 인물은 그 자리에 걸맞지 않은 사람이거든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그 자리에 앉아 있을 때 생기는 빈 공간을 연기하는게 굉장히 매력적일 것 같았어요."
물론 악역이라 연기하기 힘든 부분도 있었다. "연기로만 생각했는데 실제로 하니까 마음이 많이 무겁더라고요. 할아버지를 때리고 여성을 겁간하는 신들을 연기하고 나선 죄책감까지 들었어요. 물론 연기지만 인간으로서 자연스럽게 드는 죄책감 때문에 참 힘들었죠."
파격적인 노출도 물론 부담이었다. "벗는 부담은 없었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고요. 그것만이 자극적인 포인트가 돼 거기에만 관심이 몰린다는 것은 아쉽죠. 작품을 위해 노출을 하다보면 예쁘게 다뤄야 하고 예쁘게 다루다 보면 사람들의 눈은 거기에 집중되는 것 같아요. 계속되는 딜레마죠. 그렇다고 노출 부담 때문에 좋은 작품을 놓치고 싶진 않아요."
이런 캐릭터라 처음 그의 소속사에서는 '순수의 시대' 출연을 반대했었다. "이런 캐릭터를 연기하면 이미지가 안좋아져서 광고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거예요. 그런데 계속 제가 주장을 해서 관철시켰죠. 전 아직 어리고 배워나가야하는 상황인데 제게 어울리는 것만 하고 나쁜 쪽을 피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내 그릇을 내가 작게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했죠."
이같은 반대는 8년 전 연기를 처음 시작할 때도 부딪히지 않았던 것이다. "부모님 모두 배우를 하시는 분들이에요. 그래서 저는 '연기하겠습니다'라고 말씀 드렸을 때 당연히 반대하실 걸로 생각했는데요. 그런데 '해보라'고 하시는 거예요. 나중에 물어보니 금방 포기할 줄 아셨대요.(웃음)"
'미생'이후 속된 말로 '뜬' 강하늘은 연이어 3편의 영화에 모습을 드러냈다. "팬 분들은 제가 '미생' 이후에 작품들을 연달아 하는 걸로 생각하시더라고요.(웃음) 다 지난 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오디션 보고 따내고 차근차근 촬영해온 작품이거든요. 이렇게 연이어 개봉할 줄은 몰랐죠. 그래서 작품들에 미안한 생각이 있어요." 하지만 덕분에 '순수의 시대'는 신하균 장혁에 강하늘까지 초호화 캐스팅작이 됐다.
'뜬' 후에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물었다. "안 좋은 점은 내가 다른 마음을 가지고 한 행동이 아닌데 그렇게 비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그런데 그렇다고 제가 꾸미고 대중 앞에 서기는 아직 싫거든요. 그런 부분이 힘든 것 같아요. 좋은 점은 제가 주위 분들을 축하해줄 때 더 많은 분들이 같이 축하해주는게 정말 기분 좋아요."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