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도, 보상도 없다.
살인적인 무더위로 2022년 카타르월드컵을 11~12월 개최로 잠정 결론지은 국제축구연맹(FIFA)의 입장은 강경했다.
제롬 발케 FIFA 사무총장은 26일(이하 한국시각)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22년 카타르월드컵 조직위원회 이사회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왜 우리가 유럽 클럽들의 보상 문제를 논의해야 하나? 이번 결정은 한 번에 그치는 해프닝일 뿐 축구를 파괴하는 것은 아니지 않냐"고 말했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의 11월 개최로 가닥이 잡히자 유럽축구 리그들이 손해 배상을 거론하고 나섰다. 칼-하인츠 루미니게 유럽클럽협회(ECA) 회장은 26일 성명을 통해 "유럽리그들이 월드컵 겨울 개최에 따른 손실을 버텨낼 수 없을 것이다. 겨울 개최가 확정되면 클럽들에 대한 배상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CA는 잉글랜드,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등 '4대 빅리그'를 포함해 유럽지역 24개 국가 프로리그가 소속된 연합체다.
ECA의 입장은 이렇다. 월드컵을 11월에 열 경우, 유럽 각국 리그는 월드컵 기간 리그의 문을 닫는 것이 불가피하다. 대부분의 스타 플레이어들이 국가대표급 선수이기 때문에 차출이 될 경우 각 팀들은 선수 운용에 난항을 겪게 된다. '별들의 전쟁' 유럽챔피언스리그 파행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돈 문제가 발생한다. EPL 사무국은 11일 스카이스포츠, BT스포츠와 2016~2019년까지 프리미어리그 중계권 계약을 맺었다. 중계권료는 51억3600만파운드(약 8조5500억원)에 달했다. 일류 콘텐츠를 제공하는 대가로 받은 선물이었다. 이번 중계권료는 직전(2013∼2016년) 계약액인 30억1800만파운드에서 무려 71%나 상승한 역대 최고액이다. 한 경기당 중계권료는 무려 1019만파운드(약 170억원)에 달한다. 천문학적인 액수의 유럽리그 중계권료가 걸려있는 만큼 ECA가 FIFA의 결정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이유다.
하지만 FIFA는 단호했다. 발케 사무총장은 "우리가 왜 유럽 클럽들에 사과를 해야 하나? 클럽들은 이미 수혜를 입고 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때는 구단들이 4000만달러(약 440억원)를 가져갔고, 2014년 브라질월드컵 때는 7000만달러(약 770억원)을 가져갔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는 월드컵 결과에 따라 모든 이들이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요소를 제공하고 있다. 카타르월드컵이 여름에 열리지 않는다는 것을 26일 재차 확인한 결정에 대해 사과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모든 대륙이 월드컵이 12월 23일 끝나길 원한다"고 했다.
FIFA는 카타르월드컵을 2022년 11∼12월에 여는 방안을 다음달 집행위원회에서 확정한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