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다 히로키(40)와 마쓰자카 다이스케(35)가 메이저리그에서 일본프로야구 복귀하면서 미일야구의 피칭개념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에서 부상 위험 등으로 체계적으로 투구수를 제한당했던 둘은 일본에 복귀하자마자 스프링캠프에서 원없이 볼을 뿌리고 있다. 지난해말 일본복귀가 확정되자 둘은 이구동성으로 "볼을 더 던져야 하는데 미국에선 이를 허용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볼을 더 던지지 못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였다"라고 했다.
근본적으로 메이저리그는 투수의 어깨와 팔꿈치 등을 소모품으로 본다. 잘 조절하지 않고 남용하면 언젠가는 탈이 난다고 믿는다. 일본야구는 반대로 투수의 어깨를 쓸수록 발전되는 '샘물'과 같다고 생각한다. 메이저리그는 불펜피칭을 피칭 밸런스를 잡는 훈련의 일환으로 여기고 있다. 일본야구는 불펜피칭 자체를 어깨 지구력을 만드는 과정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일본야구에는 아직도 투수는 많이 던질수록 어깨가 더 단단해진다고 여기는 이가 많다. 지난 15일 세이부 투수 노가미 료마(28)는 불펜에서 2시간30분동안 333개의 볼을 뿌려 화제가 된 바 있다. 당시 일본언론들은 노가미의 투지를 높이 산 바 있다. 일본의 스포츠매체 '더 페이지'는 24일 구로다와 마쓰자카가 메이저리그식을 버리고 일본식 몸만들기로 시즌을 대비중임을 조명하면서 메이저리그와 일본야구의 피칭개념 차이를 짚었다.
구로다는 히로시마의 스프링캠프에서 3일만에 벌써 78개의 불펜피칭을 했다. 불혹의 나이를 감안하면 엄청난 페이스다. 구로다는 "4일 쉬고 던지는 미국과 달리 일본은 5일 휴식, 6일 휴식이 주어진다. 투구수는 100개 이상, 완투도 가정해야 하기에 나로서는 준비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불펜피칭을 할때 투수코치가 초시계를 손에 쥐고 시간을 조절한다. 평균 15분 내외, 투구수도 많아야 50개 정도다. 던지고 싶다고 해서 마음대로 던질수도 없다. 스포츠과학이 총동원돼 해당 투수에 맞는 적절한 피칭수를 산정한다.
마쓰자카는 최근 143개의 불펜피칭을 했다. 미국이었으면 난리가 났을 법 하다. 메이저리그 보스턴에 있을 때부터 불펜피칭 투구 수를 놓고 코칭스태프와 자주 날을 세웠다. 일본 세이부 시절엔 스플링캠프서 불펜피칭 300개로 자주 화제를 뿌렸던 마쓰자카다. 구로다 역시 일본에서 뛸 땐 스프링캠프서 하루 불펜피칭 200개는 어렵지 않게 했다. 둘은 일본에서도 많이 던지는 스타일이었다.
구로다는 미국에서 코칭스태프 몰래 개인훈련을 하며 100개 넘게 불펜피칭을 한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마쓰자카도 어깨부상 전에는 시즌 중 구장에 가기전 극비리에 본인만의 피칭연습 시간을 따로 갖기도 했다. 많이 던져야 밸런스도 잡히고, 피칭페이스도 끌어올릴 수 있는데 늘 메이저리그식 조정법에 조바심을 냈다는 후문이다.
베테랑 구로다는 히로시마의 주축투수로 확고히 자리매김한 상태고, 마쓰자카 역시 구도 기미야스 소프트뱅크 감독이 몸만들기는 믿고 맡긴 상태다. 일본에서 워낙 출중한 성적을 올렸던 둘이라 일본내에선 이들의 변신을 반기는 분위기가 짙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