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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훈 인터뷰]두산 김태형 감독 "5선발 이현승, 마무리 윤명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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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선발은 이현승, 마무리는 윤명준이 유력하다."

22일 일본 미야자키에서 만난 두산 김태형 감독의 입술은 터져 있었다. 눈은 충혈됐다. 본인은 "시차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두산 선수단은 미국 애리조나 전지훈련을 끝낸 뒤 지난 17일 일본 미야자키로 이동했다.

하지만 확실히 초보 사령탑의 고뇌가 보이는 장면이다. 1990년 두산에 입단, 무려 22년간 두산에서 선수와 코치로 활약한 그는 두산에 대해 속속 잘 알고 있다. 지난 3년간 항상 새로운 사령탑을 얘기할 때 유력한 인물이었다. 결국 지난해 두산 지휘봉을 잡았다.

그러나 처음 맡은 감독 자리는 중압감이 있다. 특히 두산 입장에서는 필승계투조와 마무리가 확정되지 않았다. 김 감독은 노경은이 타구에 맞아 턱관절 미세골절을 당한 뒤 좌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새 판을 짜야 한다는 동기부여가 됐다"고 했다. 시련을 기회로 고쳐 생각한 부분이다. 이런 점은 확실히 초보 사령탑 답지 않다. 그는 "아직 확정되진 않았다. 하지만 어느 정도 팀에 대한 구상은 끝났다"며 "변수는 있지만, 5선발은 이현승, 마무리는 윤명준이 유력하다"고 했다. 22일 두산의 전지훈련 성과와 현재 상태에 대한 많은 얘기를 나눴다.



<노경은 부상, 마무리는 윤명준>

―겉으로 보기에는 두산은 아직 많은 것이 결정되지 않았는데.

▶변수는 있지만, 구상은 끝났다.

―그럼 하나씩 얘기해 봤으면 한다. 일단 가장 궁금한 점은 팀의 마무리다.

▶사실 노경은이 가장 유력한 후보였다. 솔직히 우리 팀에서 마무리에 적합한 선수는 찾기 쉽지 않다. 그 중 노경은은 승부처의 대응력만 기르면 충분히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구위를 지녔다. 하지만 부상으로 이 부분에 대한 계획은 완전히 틀어졌다.

―차선책은 누구인가.

▶윤명준이다.

―사실 윤명준은 그동안 마무리 후보로 얘기하지 않았었다. 바뀌게 된 이유가 있나.

▶지난 시즌 많이 던졌다. 어깨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때문에 필승계투조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좋은 공을 던지는 투수임은 분명하다. 현 시점에서 윤명준이 마무리로서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난 소프트뱅크전에서 김강률이 1이닝 동안 2개의 탈삼진을 기록했다. 최고 154㎞까지 나왔다. 김강률이 마무리가 될 가능성은 없는가

▶없다. 김강률의 공은 매우 묵직하다. 패스트볼 자체는 오승환과 비슷한 느낌이 들 정도다. 그러나 여러가지 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 아직 테스트를 좀 더 해봐야 한다. 성공적으로 정착되면 필승계투조로 쓸 수 있다.

―두산은 아직 확실한 필승계투조가 없는데.

▶맞다. 그래서 노경은의 부상은 안타깝다. 마무리가 되든 필승계투조가 되든 5선발이 되든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선수였다. 하지만 노경은의 부상으로 '역시 감독이 해야 할 일이 만만치 않구나'라고 생각했다. 이를 계기로 새로운 판을 짜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새 판을 짠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우리 팀은 필승계투조와 마무리가 부족하다. 그리고 믿을 수 있는 확실한 핵심이 있는 것도 아니다. 기존의 투수를 중심으로 새롭게 필승계투조를 만들고 마무리를 양성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분위기와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5선발도 궁금하다.

▶이현승이 '어떤 보직이든 하겠다'고 말하긴 했지만, 5선발을 애타게 원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일부러 내가 '5선발은 투구수 조절을 챙겨줄 수 없다'고 직접적으로 얘기하기도 했다. 이현승은 아직 어깨에 부담이 있다. 80개 이상 던지기는 힘들다. 하지만 이현승은 미국 애리조나에서 한계투구수 100개에 대한 대비를 위해 무리하는 것도 알고 있다. 현 시점에서는 결국 이현승이 5선발로 가장 유력하다. 이현승의 어깨 상태를 알고 있기 때문에 100개 투구는 아직 무리다. 또 다른 선발을 대기시켜, '1+1' 체제도 구상 중이다. 이현승이 5선발로 뛴다면, 그 부담을 줄여줘야 할 것 같다.



<두산의 타순은 이미 나와있다>

―타자를 얘기할 때 외국인 선수 잭 루츠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일단 너무 성실하다.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것 같다. '몸에 맞게 훈련을 소화하라'는 주문을 했는데, 약간씩 무리하는 게 보일 정도다.

―부상 경력이 많은 선수인데.

▶그 부분은 조절해 줘야 할 것 같다. 생각한 부분이 있지만, 실전에서 구체적으로 그런 부분을 실행할 계획이다.

―그는 3루와 1루를 번갈아 뛸 수 있는 내야수다. 포지션은.

▶일단 3루에 고정시킬 생각이다. 체력적 부담이 생기면서 최주환을 백업으로 쓸 생각을 하고 있다. 1루 이동은 웬만하면 하지 않으려 한다.(김태형 감독은 일찌감치 주전과 백업 요원을 어느 정도 구분할 것이라고 얘기했다. 잭 루츠를 3루에 고정시키는 것도 이런 생각의 일환이다.)

―그럼 1루수는 누가 될까

▶현 시점에서는 김재환과 오재일 둘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김재환의 경우 포수에서 1루수로 전향했는데, 순발력이 있어서 그런지 1루 수비도 잘 적응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 막판 허경민을 2루수로 오재원을 1루수로 쓸 수는 있다. 상대가 번트를 댈 때 가장 압박을 줄 수 있는 수비 포메이션이다.

―두산 타순은 어떻게 될까. 구체적인 틀을 잡았나.

▶일본에서 두 차례 연습경기를 치렀다. 거기에 나온 베스트 9이 대체적으로 올 시즌 타순이 될 것 같다. 선수들에게 이미 말한 부분이다.(1번 민병헌, 2번 정수빈, 3번 김현수, 4번 잭 루츠 5번 홍성흔 6번 오재원 7번 양의지 8번 김재환 9번 김재호 순이다. 약간의 변동사항은 있을 것 같다)

―변동사항은 없을까.

▶변수는 있지만, 그대로 갈 것 같다. 지금 주전들보다 백업 요원들의 경쟁이 더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외야의 백업 요원은 어떤가.

▶정진호를 중용하려고 한다. 일단 기본적인 수비와 함께 타격에서 매우 적극적이다. 그런 선수가 살아남을 수 있다. 미야자키=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