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같은 방법으로는 쉽지 않았다. 선수들에게 고맙다."
춘천 우리은행 한새 여자프로농구단이 3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23일 춘천호반체육관에서 열린 KB국민은행 2014~2015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홈경기에서 접전 끝에 74대71로 KDB생명을 제압하고, 잔여경기에 관계없이 정규리그 1위를 확정했다. 26승5패를 기록한 우리은행은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7라운드 첫 경기, 31경기만에 우승을 확정지었다.
지난 2012~2013시즌 최하위에서 우승으로 도약하는 '꼴찌의 기적'을 쓴 이래, 세 시즌 연속 1위다. WKBL 사상 최다 우승 기록을 갖고 있는 우리은행의 여덟번째 정규리그 우승이다. 이날은 이광구 우리은행장과 최동용 춘천시장 등 VIP들이 현장을 찾아 우승의 감격을 함께 누렸다.
우리은행은 지난 2007넌 겨울리그부터 여섯 시즌 연속 통합우승을 차지한 신한은행에 이어 또다시 '왕조'를 이룩하고 있다. 우리은행이 올 시즌에도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하게 되면, 3년 연속 통합우승이자 신한은행(6회)과 함께 최다 통합우승을 기록하게 된다.
▶'만족'을 모르는 위성우 감독과 코치진, 그들의 변화
꼴찌의 기적을 만든 주인공,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은 세 번째 정규리그 우승에도 "이번엔 감회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그럴 만도 했다. 우리은행은 올 시즌 또 한 번 시험대에 섰다. 은퇴선수들로 인한 식스맨의 부재, 주전들에게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주전 포인트가드 이승아가 두 차례나 발목 부상으로 이탈했고, 백업 가드 이은혜마저 허리를 다치며 고전했다.
대표적인 '호랑이' 사령탑이었던 위 감독도 변했다. 그는 "두 번 우승하고 나니, 예전 같은 방법으로는 쉽지 않다는 걸 알았다"고 털어놨다. 끝없는 강훈련과 호통으로 요약되던 위 감독의 리더십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선수들도 유해진 위 감독의 모습에 놀랐을 정도다.
위 감독은 "사실 코칭스태프 눈에는 두 번 우승을 했어도 똑같다. 만족이란 걸 할 수가 없었다. 아마 우리 애들만 피곤할 것이다. 맨날 못한다고 혼만 내니 스트레스가 컸을 것"이라며 "그래서 올 시즌에는 선수들을 인정 많이 해주고 있다. 화를 크게 낸 것도 두 번 정도밖에 없다"며 웃었다.
위 감독과 전주원, 박성배 코치 모두 좀처럼 만족하지 않는 지도자들이었다. 그래도 두 번이나 우승을 한 선수들을 점차 인정하고 바뀌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위 감독은 "아무리 코칭스태프가 지도한다고 해도 결국 농구는 선수들이 하는 것이다. 세 번이나 우승을 한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위성우 감독이 말하는 우리은행의 위기, 그리고 준비
세 번째 정규리그 우승, 하지만 지난 두 시즌과는 확실히 달랐다. 위 감독은 올 시즌 두 차례 위기 의식을 느꼈다고 했다. 그가 생각한 우리은행의 '고비'는 이승아가 처음 다쳤을 때와 개막 후 16연승을 달리다 첫 패배를 당했을 때다.
위 감독은 시즌 전부터 선수들의 몸상태에 대한 우려를 안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개막 이후 좀처럼 패배를 모르고 달렸다. 그는 "시즌 초반부터 선수들의 몸상태가 떨어지는 걸 느꼈다. 결국 이승아가 누구 발을 밟아서가 아니라, 혼자 발목이 돌아가면서 다치더라. '큰일 났다' 싶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승아는 지난해 12월 19일 KDB생명전 경기 초반 발목을 다쳤다. 우리은행은 이날을 포함해 한 경기를 더 이겨 개막 최다 연승인 16연승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위 감독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갔다. 결국 12월 26일 신한은행에 시즌 첫 패배를 당했을 때, 또다시 위기가 왔다고 느꼈다.
위 감독은 "연승을 달리고 잘 하고 있는데 선수들에게 뭐라고 말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연승을 달리는 내내 불안했다. 그럴수록 좀더 집중을 하게 했어야 하는데, 좋다 좋다 하고 말았다"며 입맛을 다셨다.
정작 KB스타즈에게 2연패를 당한 올스타 브레이크 직전은 위기라고 보지 않았다. 위 감독은 "이기려고 기를 쓰는데 몸상태가 안 되는 걸 알고 있었다. 선수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휴식기가 있어 좋은 계기가 됐다"고 했다.
이제 우리은행은 챔피언결정전에서 신한은행 혹은 KB스타즈를 기다리게 된다. 챔피언결정전 1차전은 다음달 22일 열린다. 위 감독은 "쉽거나 편한 상대는 없다. 우리는 누가 와도 버거운 게 사실이다. 챔피언결정전까지 한 달이란 시간이 있다. 이제 우리의 준비가 필요하다. 통합 3연패를 위해선 예전처럼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춘천=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