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캠프 기간에 열리는 연습경기. 전지훈련 성과를 점검하고 백업선수들의 가능성을 체크하는 기회다. 연습경기의 승패는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결과물이다. 하지만 이쯤되면 팀 분위기가 살짝 걱정이 될 것도 같다.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열린 연습경기 6경기에서 전패한 KIA 타이거즈가 그렇다.
KIA는 15일 야쿠르트 스왈로즈에 3대14, 16일 라쿠텐 이글스에 2대16로 무너진데 이어 니혼햄 파이터스에 3대5, 요코하마 DeNA에 5대8, 라쿠텐에 1대5, 한화에 5대8로 패했다. 6경기를 치르면서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다. 특히 22일 한화전이 아쉬웠다. 5-2로 앞서다 마운드 난조로 역전패를 당했다.
아무리 연습경기라고 해도 당연히 지는 것보다 이기는 게 낫다. 팀 분위기도 그렇고, 선수들의 사기를 위해서도 그렇다.
그런데 KIA 코칭스태프는 느긋해 보인다. 여전히 연습경기를 백업선수, 젊은 선수를 체크하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이기면 좋겠지만, 연습경기는 어디까지나 연습경기라는 생각이다.
KIA는 지금까지 연습경기에 한 번도 베스트 라인업을 가동하지 않았다. 코칭스태프가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모든 걸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했다고 선언했지만, 사실 일부 포지션을 제외하고 주전 라인업이 정해졌다. 주축선수를 위협할 수 있는 백업, 가능성 있는 선수를 키우는 게 이번 전지훈련의 목적이다.
10구단 체제로 운영되는 올시즌 팀당 경기수가 128경기에서 144게임으로 늘었다. 조계현 수석코치는 "1군 엔트리에 들어갈 27명을 정하는 게 급한 게 아니라 한시즌을 치러낼 40명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선수를 키워내는 게 이번 전지훈련의 목적이다"고 강조한다. 올해보다 앞으로를 위해서도 유망주 발굴이 중요하다. KIA 구단 안팎에서 '리빌딩'을 얘기하는 사람이 많다. 훈련이 그랬고, 연습경기도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진행되고 있는 듯 하다.
22일 한화전 스타팅 라인업을 보자. 최용규(2루수)를 비롯해 이인행(1루수) 황대인(3루수) 이종환(우익수) 서용주(좌익수) 황수현(중견수) 최병연(유격수) 이홍구(포수) 백용환(지명타자) 등 백업 선수들이 선발로 나섰다. 김기태 KIA 감독은 경기에 앞서 "연습경기를 선수를 테스트하는 기회로 삼겠다"고 했다.
톱타자로 나선 최용규는 3안타에 1타점 1도루, 황대인 최병연은 각각 2루타를 터트리며 공수에서 존재감을 나타냈다. 선발 후보 임준혁은 4이닝 동안 6안타 2볼넷 1실점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날 한화가 이용규 김태균 최진행 송광민 이태양 권 혁 등 주축선수를 내세운 걸 감안하면 아쉬움은 남지만 실망스러운 경기가 아니었다.
김 감독도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졌지만 어린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게 됐을 것이다. 권 혁을 상대로 점수를 많이 낸 것은 의미가 있다. 경기는 졌어도 굉장히 큰 소득이다"고 했다.
전체적으로 부족한 면이 있지만 어느 정도 예상된 부분이다. KIA는 24일 일본 프로야구 히로시마 카프와 7번째 연습경기에 나선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