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회복을 위해서 '묵언수행'이 필요할 때다.
한화 이글스의 주전 2루수 정근우(33)는 팀내에서 독특한 위치에 있다. 주장 김태균(33)의 동갑내기 친구이자 김성근 감독(73)의 애제자다. 그래서 김태균이 주장으로서 선수단을 원활히 이끌어가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마치 '행동대장'처럼 힘을 보태왔다. 또 김 감독의 훈련 스타일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여러가지 노하우를 전하며 '조교'같은 역할도 했다. 일본 고치에서 진행된 팀의 1차 스프링캠프에서 정근우는 단연 분위기메이커였다.
그래서 그의 빈자리는 더욱 크게 느껴진다. 정근우는 지난 13일 세이부 라이온스 2군과의 연습경기 도중 주자의 헬멧에 스치며 방향이 굴절된 송구에 맞아 하악골(아래턱뼈)이 미세골절됐다. 이로 인해 15일에 오키나와 대신 한국으로 홀로 들어왔다. 한국에서 정밀 검진을 통해 부상 정도와 회복 시기를 좀 더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다.
때문에 현재로서는 부상에 대해 "가볍다" 혹은 "심각하다"고 단언하는 건 무리다. 좀 더 알맞은 표현은 "부상 자체는 심각하지 않지만, 운동선수에게는 안좋다" 정도다. 실제로 프로구단 트레이너로 활동했던 A씨는 "와이어 고정 등의 후속조치가 없고 선수도 말을 할 수 있는 걸 보면 다행히 복합골절(골절 부위가 2~3군데 이상)은 아니고, 한 곳에만 실금이 간 미세골절 상태로 보인다"면서 "이 경우 3~4주 정도면 뼈가 붙는다. 그러나 그 기간에 음식 섭취가 자유롭지 못하고, 충격을 자제해야 한다. 운동선수에게는 큰 손실이다"고 했다.
결국 부상 자체보다 그로 인한 후유증이 운동선수의 컨디션과 기량에 안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 꽤 오랜 시간 죽 등의 턱에 무리가 가지 않는 유동식을 먹어야 한다. 음식물을 씹는 행위가 회복을 더디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러닝과 웨이트 트레이닝도 주의해서 해야 한다. 물론 수비연습이나 배팅연습은 완전히 뼈가 붙은 뒤에 시작할 수 있다.
한화와 김성근 감독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김 감독이 오래전부터 신뢰해 온 강성인 트레이닝코치를 정근우와 함께 한국으로 돌려보낸 이유도 거기에 있다. 정근우의 부상은 그냥 조심스럽게 놔두면 낫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일급 야구선수'로서의 몸상태와 기량도 함께 저하된다. 강 코치는 그걸 최소화하라는 특별 미션을 받고 한국에 왔다.
정근우는 "개막전까지는 반드시 돌아오겠다. 다른 선수들이 동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자신의 이탈로 인해 팀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절절하다. 그는 예전부터 책임감이 강한 선수였다. 프로야구 정규시즌 개막(3월28일)까지는 딱 6주(42일)가 남았다. 정근우가 스스로의 말을 지키기 위해서는 빠듯한 시간이다.
하악골 미세골절 회복을 위한 최고의 방법은 가능한 한 턱을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필연적으로 '묵언수행'이 요구된다. 정근우는 그라운드에서 늘 유쾌하고 떠들썩 한 선수였다. 그러나 이제는 '말'을 지키기 위해 오히려 '말'을 끊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과연 정근우는 언제쯤 다시 팔팔하게 그라운드로 뛰어들어올 수 있을까. '침묵'만이 맴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