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 시작 4주째를 맞은 KIA 타이거즈의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김기태 감독은 비롯한 코칭스태프, 선수, 모두 포지션별 보직 이야기가 나오면 조심스럽다. 전지훈련이 후반기에 접어들었는데도 김 감독은 마지막까지 지켜보고 결정하겠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콕' 집어 말을 안 해도 경기장에서 보여지는 모습으로 대략 밑그림을 엿볼 수 있다. 양현종과 필립 험버, 조쉬 스틴슨으로 이어지는 1~3선발은 이미 확정됐다. 마무리도 마찬가지다. 돌발 변수가 없는 올 시즌 마무리는 지난해 후반기에 뒷문을 책임졌던 심동섭(24)이다.
12일 오키나와 킨베이스볼스타디움에서 열린 청백전. 심동섭은 처음으로 마운드에 올랐다. 이날 경기는 7이닝으로 진행됐는데, 3-2로 앞선 7회에 등판해 1이닝을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처리했다.
선두타자인 김다원과 이종환을 잇따라 삼진으로 처리한 심동섭은 김민우를 좌익수 플라이로 잡았다. 김민우의 좌익수쪽 플라이도 빗맞은 타구였다. 부담이 될 수도 있는 첫 등판 경기를 무난하게 넘겼다. 투구수 14개에 직구 최고 구속이 143km까지 나왔다.
김 감독은 경기 후 심동섭의 공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 본 구심에게 구위를 물었다. 그만큼 심동섭에게 거는 기대가 특별하다.
이대진 투수코치는 "(마무리)후보라는 애기를 듣고 더 열심히 하는 것 같다. 오늘 공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며 싱긋 웃었다. 상황을 즐기는 듯한 흐뭇한 웃음이었다.
여전히 공식적(?)으로는 심동섭도 마무리 후보다. 이 코치는 "더 잘 해보려고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했다. 더 강하게, 더 좋은 공을 던지고 싶은 마음이 엿보였다는 설명이다.
김 감독은 "앞으로 계속 마무리 상황에 심동섭을 올리겠다"고 했다.
최근 2년 간 KIA는 마운드 붕괴, 특히 마무리 난조로 어려움이 많았다. 2년 연속 외국인 투수에게 마무리를 맡겼다. 선발 투수 2명을 활용한 다른 팀과 다른 시도를 했다.
그러나 실험은 실패로 끝났다. 대안으로 떠오른 게 심동섭이다. 지난해 10월 2일 두산 베어스전부터 10월 16일 삼성 라이온즈전까지 5경기에서 3세이브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런 경험이 올시즌 심동섭에게 더 기대를 하게 만든다.
마무리의 부진으로 아픔이 많았던 KIA. 심동섭이 듬직한 마무리로 성장할 수 있을까. 올시즌 KIA 야구의 주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오키나와=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