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1
1월25일 인천삼산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전자랜드와 모비스전. 1쿼터 쾌조의 컨디션을 보이던 테런스 레더가 두 개의 테크니컬 파울을 받고 퇴장당했다. 공격권 판정에서 소극적 불만표시를 하는 찰나 테크니컬 파울이 불렸다. 흥분한 레더는 공을 찼고, 결국 두번째 테크니컬 파울이 나왔다. 첫번째 테크니컬 파울에 대해 박수교 해설위원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판정"이라고 했다. 심판의 '권위주의적' 판정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뛰어난 조직력과 강한 몸싸움을 가지고 있는 두 팀은 치열한 접전으로 명승부가 예상됐다. 하지만 레더를 잃어버린 전자랜드는 66대90으로 완패했다. 한마디로 경기 자체가 망가져 버렸다. 흥미도 제로의 경기였다.
●사례 2
2월2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GC와 동부전. 경기종료 6분47초를 남기고 승부를 결정짓는 완벽한 오심이 나왔다. 이정현의 3점슛을 두경민이 달려들면서 막으려 했다. 하지만 신체접촉은 없었고, 두경민은 오히려 움츠리면서 피했다. 이때 이정현의 발이 벌어지면서 두경민의 발에 걸렸다. 결국 두 선수는 쓰러졌다. 완벽한 공격자 파울이었다. 그런데 심판진은 수비자 파울을 지적했다. 그러자 흥분한 동부 김영만 감독은 코트 중앙까지 나와 격렬하게 항의했다. 하지만 판정번복은 되지 않았다. 오히려 테크니컬 파울까지 받았다. 결국 이정현은 자유투 4개를 던졌다. 동부 입장에서는 치명적이었다. 60-53으로 완벽한 승기를 잡았던 동부였다. 그러나 경기 흐름 자체가 오심 하나로 바뀌어 버렸다. 결국 역전패. 우지원 해설위원은 "이정현이 반칙을 유도한 장면으로 보인다. 하지만 확실한 오펜스 파울이었다. 결정적 오심으로 동부가 질 수 없는 경기를 졌다"고 했다.
이제는 정말 도입해야 할 것 같다. 현실적인 대안은 그것 뿐이다.
비디오 판독의 전면적 도입이다.
현재 비디오 판독은 도입이 돼 있다. 하지만 별다른 실효성이 없다.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쿼터 종료 시 버저비터 확인시 ▶3점 라인 판독 ▶골텐딩 확인(경기종료 2분 이내) 등이 주요 골자다.
이 정도의 비디오 판독은 있으나 마나다. 승부처에서 결정적 오심이 일어나게 되면 번복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
사례 2의 경우 동부 김영만 감독이 코트 중앙에 나와서 심판진을 향해 "비디오를 보면 알 것 아니냐"고 답답하게 소리쳤다. 사실 간단하고 쉬운 일이다. 그러나 현 제도 아래에서는 그럴 수 없다.
1, 2위 싸움, 4강 직행 싸움, 6강 플레이오프 진출 싸움 등이 동시다발로 얽혀서 진행되고 있다. 정규리그 막판이 될수록 숨막히는 총력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승부처에서 결정적 오심의 빈도가 너무 높다.
선수들의 경기력, 벤치의 두뇌 싸움이 아니라 심판진의 콜에 따라 승부처가 좌지우지되는 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생긴다. 이 부분은 심각한 문제다.
현장에서 심판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한 모습이다. 심판진들도 자신감이 없는 모습이다. 심리적 위축도 있다. FIBA 룰의 급격한 도입으로 혼란스러운 심판진의 휘슬은 정규리그 막판, 그리고 플레이오프에서 수정될 가능성이 많지 않다.
결국 현실적인 대안은 전면적 비디오 판독제의 도입이다. 그동안 두 가지 이유 때문에 비디오 판독제 전면 도입은 쉽지 않았다. 첫번째는 심판진 권위의 실추다. 하지만 잇단 오심으로 그들의 권위는 추락할 만큼 추락했다. 그들 역시 심리적 압박감이 가득하다. 자칫 잘못 휘슬을 부를 경우 징계가 불가피하다. 결국 비디오 판독제 전면도입은 심판들의 권위에 도움이 되면 도움이 됐지, 실추되는 부분이 아니다.
또 하나, 경기의 맥이 끊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경기를 통째로 망치느니 오히려 경기지연이 되더라도 정확한 판정으로 공정한 게임을 하는 게 현 시점에서는 더욱 중요하다. 매 시즌 판정문제는 도마에 올랐다. 하지만 올 시즌 오심의 강도는 더욱 심하다. 현 시점에서 명확한 대안은 '전면적 비디오 판독'외에는 없어 보인다. 경기 흥미도를 높이기 위해 가장 시급한 부분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