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때보다 부상자가 많았던 호주아시안컵이었다.
대회 내내 감기와 부상이 속출하며 베스트11을 가동하기가 쉽지 않았을 정도다. 매경기 플랜B와 C가 가동됐다. 그 중에서도 가장 뼈아픈 것은 이청용과 구자철의 부상이었다.
이청용은 오만과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상대의 태클에 쓰러졌다. 정밀검사 결과 정강이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낙마했다. 설상가상이었다. 구자철마저 호주전에서 팔꿈치 인대 파열 부상을 했다. 둘은 전력의 핵심이라고 했다. 이청용은 오만전에서 최상의 경기력을 과시했기에 더 아쉬운 부상이었다. 구자철은 전대회 득점왕이었다. 아시안컵에 대한 자신감이 있는 선수였다.
믿음직한 공격수 둘을 잃은 슈틸리케호는 공격진을 재편할 수 밖에 없었다. 슈틸리케 감독의 첫번째 선택은 기성용 시프트였다. 수비형 미드필더였던 기성용을 때로는 섀도 스트라이커, 때로는 측면 공격수로 기용했다. 기성용은 딱 부러지는 활약으로 보답했다. 특히 측면에 기용된 기성용은 놀라운 키핑력으로 한차원 다른 클래스를 보였다. 기성용의 존재 때문에 이청용과 구자철의 공백을 메울 수 있었다. 한국이 치른 모든 순간에 있었던 기성용은 바닥난 체력 속에서도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이근호 역시 최전방과 측면, 중앙으로 오가는 소금같은 활약을 펼쳤다. '군데렐라' 이정협도 고비 때마다 득점포를 가동하며 공격진에 힘을 더했다.
하지만 우승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기성용에 걸리는 하중이 너무 많았다. 창의성과 결정력을 더할 수 있는 이청용과 구자철의 존재가 아쉬웠다. 이청용은 귀국 후에도 호주에 있는 선수들과 연락하며 힘을 실어줬다. 구자철도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동료들을 응원하는 것 뿐"이라며 슈틸리케호에 믿음을 보냈다. 호주에 남은 21명이 그 믿음에 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래서 더 아쉬운 이청용과 구자철의 공백이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