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금'과 '불토'가 드라마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불과 1~2년 전까지만 해도 '금토드라마'는 용어조차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케이블과 종편을 중심으로 금토드라마가 전략적으로 편성되고 있다.
애초 월화드라마로 기획됐던 JTBC '하녀들'은 금토드라마로 편성이 바뀌어 지난 23일부터 전파를 타기 시작했다. MBC드라마넷이 오랜만에 선보이는 자체제작 드라마 '태양의 도시'도 30일부터 금토에 편성돼 시청률 경쟁에 뛰어든다.
이 같은 변화를 선도한 방송사는 tvN이다. tvN은 지난 2013년 10월 '응답하라 1994'를 통해 금토드라마를 처음 시도해 '응급남녀', '갑동이', '연애 말고 결혼', '아홉수 소년'을 연이어 선보이며 금토드라마 라인업을 정착시켰다. 지난 연말 방송된 '미생'은 폭발적인 신드롬을 일으켰고, 현재 방영 중인 '하트 투 하트'도 평균 시청률 2%대를 기록하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케이블에서 시작된 변화는 지상파로 번지고 있다. KBS는 지난해 시청률 대비 수익성이 낮은 '사랑과 전쟁' 등 금요일 심야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금요드라마를 신설했다. 현재 김재중 주연의 '스파이'가 오후 9시 30분부터 2회 연속 전파를 타고 있다.
개념조차 생소했던 금토드라마가 빠르게 경쟁력을 키울 수 있었던 이유를 드라마 관계자들은 생활 패턴의 변화에서 찾는다. 주5일 근무제의 정착으로 금요일 밤이 주말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그 시간에 외부 활동 대신 개인적인 휴식을 취하는 방식으로 생활 패턴이 변하고 있고, 그들이 금요일 밤 TV 시청층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태양의 도시'를 담당하는 이만오 PD는 "직장인에게는 평일보다는 다음날 출근 부담이 없는 금요일 밤이 편하게 TV를 시청할 수 있는 시간대"라며 "실제로 평일보다 금요일 밤에 시청률이 더 높게 나온다"고 시청 패턴의 변화를 설명했다. 이 PD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TV 본방 시청층은 줄어들고 모바일이나 IPTV 등 재방송 시청층이 늘어나고 있는 현상도, TV 시청률을 확보할 수 있는 금요일 밤 시간대에 경쟁이 쏠리게 된 이유 중 하나"고 짚었다.
애초 금요일 밤은 예능 프로그램이 장악하고 있었다. 지상파는 오후 10시대와 11시대에 연달아 예능 프로그램을 편성해 맞대결을 펼쳐왔다. 그 틈새를 공략하기 위해 케이블이 꺼내든 카드가 바로 드라마였다. 일주일 중 유일하게 지상파 드라마가 방송되지 않는 날이 금요일이었기 때문. tvN이 금토드라마를 통해서 예능 뿐 아니라 드라마도 충분한 시장성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tvN의 성공 케이스는 예능에 주력했던 다른 케이블과 종편에도 영향을 미쳐 편성 전략의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미생'의 대성공은 금토드라마의 기획 방향과 콘텐츠의 내용적 변화까지 가져왔다. 이만오 PD는 "금토드라마는 젊은층보다는 30~40대 직장인들을 타깃으로 한다"며 "직장인들이 즐겨 볼 수 있는 경제, 사회적 현상 등을 주제로 다룬 콘텐츠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PD는 "일례로 '태양의 도시'의 경우 큰 줄거리는 건설업계 이야기이지만 결국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최근의 연말정산 문제에서 보듯이 직장인들은 자신들의 삶과 직결된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고 '미생'처럼 자신들을 대변해줄 수 있는 이야기에 호응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시청층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금토드라마의 과열 경쟁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월화드라마나 수목드라마는 지상파 3편이 경쟁하고 있지만, 금토드라마는 시간대가 약간씩 맞물리면서 4편이나 방송되고 있다. 금토드라마가 블루오션이 아니라 조만간 레드오션이 될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