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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공이 일으키고 광개토태왕이 지키고! 한국 역사게임의 발자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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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선 역사를 배경으로 한 게임이 드물다. 중국의 역사소설 삼국지를 소재로 한 게임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온 반면, 임진왜란, 삼국 시대, 통일 신라 초기 등 한국의 역사를 소재로 한 게임은 보기 힘들었다. 최근 '명량'이 큰 인기를 끌었지만, 당시를 소재로 한 게임보다는 이순신이 영웅 캐릭터로 등장하는 게임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던 중 모바일 게임 '광개토태왕' CBT를 시작으로 역사를 배경으로 한 RTS가 주목 받고 있다. 고구려 전성기를 열었던 왕인 광개토태왕의 일대기를 담은 RTS(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로, 역사게임 전문 개발자 김태곤 상무의 작품이다. 그는 2000년 HQ에 재직할 천년의 신화를 시작으로 약 15년 동안 역사게임을 개발해 온 장인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역사를 소재로 한 RTS들은 어떤 게임들이 있었는지 알아보자.

이순신 장군, 한국 역사게임의 시작! 충무공전 시리즈

1996년 출시된 충무공전은 한국 역사 기반의 국산 RTS 중 가장 유명한 게임이다. 현 엔도어즈 상무직을 맡고 있는 김태곤PD가 대학생 시절 'HQ DOWN'에 있을 때 개발한 작품이다. 임진왜란 중 이순신 장군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다.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지만 그가 참전하지 않는 전투도 다루고 있으며, 나중에는 대마도를 정벌하거나 일본을 공격하는 역사에 없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조선은 정의롭고 일본은 나쁜 놈이라는 식의 이분법적 세계관에 조악한 그래픽, '워크래프트'의 냄새가 진하게 나는 게임성까지 어설픈 완성도를 보여준 충무공전이었지만, 향후 김태곤PD가 역사 기반 게임에 진지하게 임하는 계기가 됐다. 1999년에는 후속작인 충무공전2가 출시됐다. 단순히 조선이 일본을 격파하는 시나리오뿐이던 전작과 달리 일본 입장에서 진행하는 시나리오가 추가됐으며, 세력 별 특징도 명확해졌다. 깔끔한 그래픽도 호평 받았다. 지금도 많은 게이머에게 회자되고 있는 게임이다.

일본내전에 참여한 이순신 장군? 임진록 시리즈

1997년 출시된 임진록은 김태곤 PD의 두 번째 역사게임이다. 충무공전과 마찬가지로 조선과 일본의 대립이 주된 스토리다. 충무공전의 아쉬움을 만회하고자 나온 게임이었지만 게임성면에선 부족한 점이 많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0년에 나온 후속작인 임진록2는 전작보다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줬다. 조선과 비슷한 모습으로 나오던 명이 하나의 세력으로 자리잡았으며, 전작에서는 이름만 나왔던 영웅들도 유닛으로 등장해 전략의 폭이 넓어졌다. 확장팩인 임진록2+: 조선의 반격에서는 임진왜란 이후 일본의 세키가하라 전투에 조선과 명이 참전한다는 가상의 역사를 다뤘다. 시나리오 마지막에는 일본 동군과 명을 물리친 이순신 장군이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담판을 통해 대마도와 오키나와를 할양 받는 내용도 있다. 비록 게임 상에서 병자호란 때 청의 압력으로 다시 일본에 반환한다는 후일담이 존재하긴 하지만 말이다. 이 게임은 멀티플레이도 활발했다. 한창 인기를 끌 때는 서버 정원인 500명이 동시에 접속해 즐길 정도였다. 임진록2+: 조선의 반격은 e스포츠 리그가 진행되기도 했다.

한편, 2002년엔 임진록2의 소스를 바탕으로 한 온라인게임 '임진록온라인 거상'이 출시됐다. '임진록온라인 거상'은 경제에 중점을 둔 온라인게임이다. 마을 간 거래를 통해 차익을 챙기거나 생산활동, 거래 활동에 따라 올라가는 신용등급 등 경제가 중심이 되는 게임성으로 화제가 됐으며, MMORPG 최초의 부분 유료화 정책 도입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평균 동시접속자 10만 명을 넘기며 온라인게임 흥행작으로 자리잡았다. 2002년 대한민국게임대상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했으며, 현재까지도 '천하제일상 거상'이라는 이름으로 계속 서비스 중이다.

삼국시대의 영웅들을 만난다, 삼국통일: 대륙을 꿈꾸며

업투데이트가 1999년 출시한 '삼국통일: 대륙을 꿈꾸며'는 국산 RTS 최초로 고구려, 백제, 신라가 한반도의 패권을 잡기 위해 치열하게 다투던 삼국시대를 다룬 게임이다. 7세기 중반 삼국이 통일되는 시기를 다루고 있으며, 스토리나 유닛, 건물의 모습 등 역사적 고증에도 신경 썼다. 재미있는 점은 유닛들의 대사가 각 지역의 사투리로 표현됐다는 것이다. 신라는 경상도 사투리, 고구려는 평안도 사투리, 백제는 전라도 사투리를 쓴다. "적을 발견했습니다."라는 대사를 고구려는 "적을 찾았수다.", 백제는 "적을 찾았당께."라고 말해 웃음을 준다. 후속작은 온라인게임으로 계획됐지만 어설픈 3D 그래픽과 전작에 못 미치는 게임성으로 혹평을 받았으며 개발이 중단됐다.

고구려, 백제, 신라의 전성기를 만나다, 천년의 신화 시리즈

이즈음 역사게임 명인 김태곤 PD는 조선시대 임진왜란에서 삼국시대로 시선을 옮겼다. 2000년 출시된 '천년의 신화'는 삼국시대를 배경으로 개발된 정통 RTS게임이다. 이 게임은 비교적 사실적인 고증을 통해 만들어졌다. 이 게임은 고구려, 백제, 신라, 각 나라의 전성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시나리오 역시 전성기를 맞이한 순서대로 진행 되며400년에 걸친 삼국시대를 즐겨볼 수 있다. 광개토태왕, 장수왕, 근초고왕, 김유신, 계백 등 삼국시대 영웅들이 총출동하는 등 제법 스케일이 크다. 또, KBS 대하사극 '태조 왕건'이 인기를 끌자 '왕건 미션'이라는 이름으로 고려를 새로운 세력으로 추가해 역사를 확장시켰다.

한국식 역사 RTS의 정통후계자 광개토태왕

천년의 신화 이후 한동안 역사를 소재로 한 게임은 나오지 않았다. 김태곤 상무는 천년의 신화의 맥을 잇는 역사 RTS 광개토태왕을 모바일로 내놓는다. 이 게임은 자신의 영지를 지키고 다른 이용자의 영지를 침략하는 '공성 모드'와 최대 4인의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전투가 가능한 '전략 모드'가 특징이다. 물론 고구려 광개토태왕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캠페인 모드도 있다. 과거 PC로 즐기던 RTS를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 시키기 위해 고민했다고 한다. 개별적인 유닛 컨트롤이 어려운 만큼, 영웅에 일반 유닛을 귀속시켜 영웅의 조작 만으로도 병력을 통솔할 수 있도록 했다. 터치 앤 드래그를 통해 스킬 사용과 이동, 공격, 경계 설정이 가능한 손쉬운 UI도 강점이다.

'광개토대왕'이 아닌 '태왕'으로 지칭한 이유도 역사적 고증의 결과다. 김태곤 상무에 따르면, 어원이 되는 광개토태왕 비문에 '호태왕'이라는 원래의 칭호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의 역사관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문의식 게임어바웃 기자 www.gameabou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