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이기는 방향으로 나아가보자!"
숨가쁘게 몰아쳤던 훈련의 효과가 나타나는 것일까. 김성근(73) 한화 이글스 감독은 약 2주간 진행된 일본 고치 스프링캠프에 대해 일단은 만족감을 표시했다. 선수들의 자세와 의식이 드디어 김 감독이 원하는 방향으로 바뀌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의 성과를 평가하기에는 이르지만, 일단 김 감독은 "그 동안 잘 따라와줬다"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하지만 이걸로 '지옥훈련'이 끝났다고 생각한다면 절대적인 오산이다. 전체 훈련 일정을 따져보면 아직 반의 반도 안 지났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지속적으로 긴장감을 유지할 것을 강조하는 동시에 캠프 테마의 또 다른 변화를 제시했다. 이제는 '이기는 법'을 본격적으로 한화 선수들에게 심겠다는 것.
김 감독은 지난 휴식일 때 선수단 미팅을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 앞으로 캠프 훈련의 방향을 새롭게 제시했다. 김 감독은 "여지껏 선수단 미팅 때 야구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한 적이 없었다. 그냥 책에서 읽었던 좋은 글이나 인생론에 관한 이야기만 했었다"면서 "그러나 이번에는 야구에 관한 이야기를 좀 했다. 선수들에게 '이기는 방향으로 나가보자'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한화 스프링캠프가 '제2기'에 돌입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금껏 수비 훈련 등에 치중하면서 선수들의 의식을 뜯어고치는 '기반 다지기'를 했다면 이제부터는 그 위에 본격적인 형태의 실력을 쌓아올리겠다는 것. 김 감독이 말한 '이기는 법'이란 결국 그간 한화에 가장 부족했던 승부욕과 기술을 의미한다. 김 감독이 지닌 수많은 승부 기술이 이제부터 한화 선수들에게 심어질 예정이다.
이같은 계획은 28일부터 자체 홍백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그 동안 한화 선수들은 자체 게임을 하지 않았다. 거의 모든 시간을 기초 훈련에 쏟아부었다. 캐치와 송구 등 수비의 기초를 처음부터 다시 연습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김 감독은 한화에 가장 부족한 것이 바로 '기초'라고 봤다. 기초를 제대로 다져야 더 많은 실력을 쌓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8일부터는 자체 홍백전이 열린다. 사실 선수들의 진짜 실력은 게임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같은 맥락에서 부족한 점 역시 경기를 통해 찾아낼 수 있다. 자체 홍백전은 그런 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김 감독이 언급한 '이기는 방법' 역시 홍백전의 과정 속에서 선수들에게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한화는 매우 많은 연습경기 일정을 잡아놨다. 2월10일까지 8~9번의 자체 홍백전을 치른다. 이어 11일에는 시코쿠 은행, 13~14일에는 세이부 라이온스, 한신 타이거스 등 일본 프로야구 2군팀과 경기를 치른다. 한화가 이런 경기 일정을 통해 '이기는 법'을 얼마나 익힐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