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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亞컵]이근호, 스스로 남긴 숙제 풀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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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약체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12월 말 2015년 호주아시안컵 최종명단이 발표된 뒤였다. 원톱 자원에 적혀있던 이름은 세 명이었다. 이근호(30·엘자이시) 조영철(26·카타르SC) 이정협(24·상주)이었다. 경험이 풍부한 이근호를 제외하면 나머지 공격수들은 아시안컵에 출전하기에 다소 공격력이 떨어진다는 혹평이 이어졌다.

하지마 뚜껑을 열자 정작 골결정력을 뽐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이근호다. 조영철은 13일 오만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렸다. 슈틸리케호 우승 로드맵의 첫 페이지를 장식했다. 이정협은 벌써 두 골이나 넣었다. 17일 호주전과 26일 이라크와의 4강전에서 각각 결승골로 화답했다. 한국과 아시아에서 동시에 주목하는 스타가 됐다. '무명'의 굴레에서 벗어났다.

사실 이번 대회에서 이근호의 몸 상태는 나쁘지 않았다. 그럼에도 오만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쿠웨이트와의 2차전에서도 부상, 줄감기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선발이 아닌 후반 조커로 활용됐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장기는 호주전부터 빛을 발했다. 왼쪽 윙어로 출전, 90분간 고군분투했다. 발이 느린 호주 수비수들의 틈을 쉴새없이 파고 들었다. 이날 많은 활동량을 주문받은 이근호는 90분간 38차례의 공터치를 기록했다. 비록 골은 없었다. 마일 예디낙, 팀 케이힐, 로비 크루스 등 핵심 선수들이 벤치에 앉아있던 호주였다. 그러나 이근호의 왕성한 활동량은 호주를 기선제압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부진 이후 태극마크를 달지 못할 것 같았다. 그러나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이근호를 불러들였다. 이번 대회에서 득점 찬스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그러나 슈팅은 막히고 번번히 골문을 외면했다. 이근호만 터지면 원톱 자원은 역대 최약체라는 오명을 벗는다. 무엇보다 대회 우승까지 한 걸음밖에 남지 않았다. 결승전이다. 조직력을 와해하는 욕심보다는 조화로움 속에서 골을 노려야 한다. 이근호가 그간 남긴 숙제를 풀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시드니(호주)=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